무기력증

날씨(주말 내내 흐리고 비가 왔습니다. 전형적인 아틀란타의 겨울 날씨죠) 때문인지, 주말 내내 무기력증에 시달렸습니다. 뭐 그렇다고 내내 늘어져 있던 것은 아니어서 운동도 하고 빨래, 청소, 설겆이 및 장보기까지 다 했지만 마음이 너무나도 편치 못했습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발발한 무기력증은 일요일 오후쯤에는 대동맥부터 콧구멍 속 모세혈관까지 몸 속의 온갖 혈관이란 혈관을 꽉꽉 채운채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흘렀습니다. 그래서 귀를 막고 있어도 무기력증이 혈관 벽을 긁는 소리가 들려 소름이 쫙쫙 끼치는, 그런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고생스러웠지만 내일이면 무기력증도 월요병에 밀려 다음 주말을 기약하며 후퇴할 것입니다. 요즘은 고통을 기쁨으로 치환시켜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고통을 또 다른 고통으로 억눌러 느끼는 부위만 바꿔주는 그런 기간인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가슴의 통증이 심해지자 자기 발등을 칼로 그어 그쪽의 고통을 심하게 만듦으로써 가슴의 통증이 마치 없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상황이랄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남은 부분도 없이 온몸이 상처 투성이인 저를 발견할까봐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모든 부분의 지혈을 끝내고 멀쩡한 척 앉아 있어야 할 텐데, 약간 걱정입니다.

 by bluexmas | 2006/01/23 14:59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