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로 빚어진 또 하나의 나

성경에 보면 하느님이 흙으로 사람을 빚어 세상에 내보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당연히 흙으로 빚어진 종류겠거니 생각하고 여태까지 살았었는데, 거짓말로 또 하나의 저를 빚어서 자신들의 세계에 편입시킨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지금 글을 쓰는 저 말고 또 다른 저를 어딘가에 소속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도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난 일 년여의 시간 동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바람을 통한 소문으로만 들어오면서 살았었는데, 며칠전 저에게 배달되어서는 안되었을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나서야 그런 상황이 제가 짐작하고 있었던 것보다 조금은 더 심각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던것 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유일하게 받은  그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이미 오래전에 과거의 부분이 되어버린 관계가 몇몇 사람들의 솔직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현재 진행형으로 숨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에, 감춘다고 해서 진실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화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간신히 알아차리게 되었는데, 아직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세계에서 존재해서는 안되는 저의 도플갱어는 거짓말로 육화되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꽤나 씁쓸한 소식이지만 의의는 제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그런다고 뭔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저 내년에도 그런 카드를 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저는 조용히 저의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이것도 때로는 벅찬데 외부에서 뜬금없는 태클로 간신히 지키는 고요함이 깨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by bluexmas | 2005/12/25 12:41 |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at 2005/12/27 04: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5/12/27 15:10 

앗, 들러주셨군요. 요즘 저는 다들 너무 불친절해서 고민중입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고요함이 대강 유지는 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