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의 영화들(3)

 Starwars Episode III: The Revenge of Sith (05/18/05)

솔직히 Episode I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지만(한 번 보고는 다시 보지 않았습니다), Episode II를 보고서는 세번째 에피소드를 너무나도 기대하게 되었고, 결국 앞에 언급한 영화들을 보면서 힐끔힐끔 보았던 예고편에 완전히 경도되어 개봉 첫 날 첫 회에 세 명의 마르고 뚱뚱하고 보통 체격인 세 명의 다스 베이더와 폭탄맞은 레이어 공주, 수십명의 스톰 트루퍼스와 함께 이 대망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다들 말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저는 말을 아낄 생각입니다만, 모든 이야기의 흐름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질 법한, 수십년(1978년 부터라고 한다면)은 족히 묵었을 디테일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는 전혀 손색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완 맥그리거가 편을 거듭할수록 배역에 더 잘 맞는 배우로 성장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조차 한, 그런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액션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영화 이후 나왔던 두 편의 영화 ‘Island’와 ‘Stay’는 사정없이 외면했더랬습니다. 사실은 귀가 얇은 무식쟁이라서, 동네 신문의 박한 리뷰를 무시하고 돈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9. Batman Begins (06/18/05)

배트맨 시리즈를 그다지 즐기면서 본 기억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늘 사운드 트랙을 더 즐겼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정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이 배트맨 시리즈의 시발점은, 액션보다는 비교적 스토리텔링에 주력하려 애쓴 듯 보이는 감독의 접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러한 수퍼영웅물은 무엇보다 영웅이 되는 동기와 힘을 얻게 되는 원인 혹은 과정을 잘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많은 비중을 배트맨 견습생의 인간적 고뇌와 수련의 어려움을 묘사하는데 씀으로서 개연성을 확보하고 앞으로 계속 제작(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사전 지식 전혀 없는 무식쟁이도 후속편이 제작되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될 후속편을 위한 포석을 다지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의 노력은 배트맨이 처음으로 장비를 갖추는 장면에서 그가 초능력자라기 보다는 뼈를 깎는 수련을 거친 평범한 인간이라는 부분을 부각시킴으로서 대강 일관성을 가지게 됩니다. 늘 기거의 그림처럼 칙칙하고 어두워야만 하는 고담시는 시각적인 측면으로만 보자면 이 편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로 보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특히나 수도관을 통해 막 유독가스가 도시 전체로 퍼지는 장면은 Celtic Frost의 Into the Pandemonium의 표지에 나오는 지옥도(역시 기거의 작품이었나요? 기억이 안 나는데 찾아보기는 귀찮습니다)를 연상케합니다.

이렇게 흡족했던 이 영화에 가진 불만이라면, 캐릭터와 아주 틀린 느낌은 아니지만 연기하는 배우로 봤을때는 전혀 힘이 없어보이는 케이티 홈즈였습니다. 여자로서는 좋아도 이 영화를 위한 배우로서는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물론 다 늙은 탐 크루즈가 낚아채간 것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10. War of the Worlds (07/04/05)

1993년, 수능 시험 앞두고 무슨 영화냐는 핀잔까지 들어가며 공룡을 보기 위해 홀로 극장을 찾아 보았던 주라기 공원 이후로 저는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원래 영화를 잘 보지 않았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우려먹는 그의 메시지-뭐, 가족제일주의 쯤으로 해두죠, 많이 언급하면 무식이 탄로나므로 여기까지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 저도 Schindler’s List가 좋은 영화이고 그 학살의 역사가 기억해야만 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의 본능은 그의 영화에 그다지 감흥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근 십 여년만에 본 이 영화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시각과 청각적인 효과를 동원하여 감독은 관중을 공포의 상태에 빠지게 하려고 애쓰지만, 그 모든 과정은 결국 결말을 위한 수단으로만 치닫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건 아마 ‘가족들이 다치지 않고 다시 만났고, 행복하게 살거야’ 와 같은 것이겠죠. 원작을 좀 제대로 보려고 어디엔가 굴러다니는 어린이 문고의 링크까지 찾아내서 좀 읽어봤었는데, 어쨌거나 알아서들 죽어주는 결말은 참으로 허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1. Fantastic Four (07/11/05)

내년 6월 5일인가로 개봉 예정된 꿩X맨의 닭이 되어줄거라 굳게 믿었던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병아리에서 복날을 맞아 삼계탕집으로 팔려간 꼬라지 밖에는 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속편이 제작되겠고 더 재미있어질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무엇보다 영웅들의 상대편이 수적으로도 능력면에서도 열세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영화의 한계를 불러옵니다. 뭐, 다들 같이 커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봐주려했지만 그래도 영화는 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거기에다가 평민들이 능력을 가지고 영웅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약간의 코믹 터치를 가미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점이 영화의 재미를 오히려 반감시켰던 것 같습니다. 전혀 웃기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요. 어쨌거나 탄생 배경상 암행이 전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는 이 영웅들이 대체 앞으로는 어떻게 속편들을 더 재미있게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물론, 제시카 알바가 있으니 당연히 포기할 수 없다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만… 어쨌거나 속편이 아무리 죽을 쒀도 전편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을 확률이 적어보여서 제작자나 감독이나 부담이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시카 알바만 확보한다면 영화는 계속 갈 수 있을테니까요(너무 심했나요?).

 by bluexmas | 2005/12/24 15:01 | Movi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urbino at 2005/12/25 11:28 

크리스마스 이브의 이브를 아직도 이사는 가지 않고 신혼살림만 들어간 친구네 신혼집에서 Batman begins를 봤어요. 한스 짐머의 음악이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더라구요. 크리스쳔 베일도 너무 멋지더라구요. 지금까지 배트맨 시리즈 중 가장 좋았어요. 연휴 잘 보내세요…^.^ 꼭 크리스마스에 둘일 필요는 없잖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5/12/25 12:31 

네…잘 지내고 계시죠? 사실 꼭 둘일 필요는 없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