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교하제면소-이것이 모범적 현대 한식

문자로 안내를 해주는 시스템이 딸린 별도의 대기 공간에 극히 단순한 메뉴, 잽싸게 할 일만 하는 접객, 병입 생수로 나가는 물, 투덥지만 가벼운 대접… 일단 여건만 놓고 보아도 교하제면소는 한식 현대화의 모범 답안 같은 여건을 갖추었다.

그렇다면 맛은? 일단 뼈 칼국수(9,000원)의 핵심인 살이 젓가락만 대면 탈출할 기세로 잘 익어 붙어 있음을 발견하고 기립박수를 칠 뻔 했다. 면은 한식에서도 ‘알 덴테’를 보여줄 수 있다는 듯 적절히 힘이 있어 ‘쫄깃하지 않은 씹는 맛’을 보여준다. 국물은 일단 간이 단호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감칠맛으로 켜를 만들어줘야 할 자리에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끼워 넣어 설계 면에서 다소 아쉬웠다. 돼지뼈를 좋아해서 자주 먹는데, 국물을 내보면 진한 것 같지만 여운이 길거나 깊지 않으므로 감칠맛을 보충해 줘야 좀 더 만족스러워질 수 있다.

그래서 매운맛을 썼다는 차원에서는 비빔국수가 훨씬 나았다. 다른 맛을 에워싸되 윽박지르지 않고 자연스러워 양념장의 단맛 및 신맛과 잘 어울렸다. 한편 가늘면서도 공기를 어느 정도 머금은 지단은 양쪽 국수 모두에서 면과 잘 어울렸지만 특히 비빔국수에서 간 돼지고기 고명과 조화를 잘 이루었다.

이처럼 양대 국수 모두 좋았지만 사실 교하제면소의 핵심은 만두 같았다. 딱 적당하게 얇으면서도 저항이 없고 야들야들한 피 속에 촉촉하면서도 뭉치지 않은 소가 적절히 간이 된 채 들어 있으니,  초간장은 정말 방점만 찍는 역할로만 쓸 수 있었다.

또 들먹여서 미안할 지경이지만 이런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옥동식 생각이 절로 난다. 굳이 새로워야만 새로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공부하고 다듬다 보면 새로운 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올 수 있지만 그럴 만큼 자신을 믿거나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음식은 단 몇 가지의 미세 조정(tweak)으로 새로워질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른다.

*사족: 음식 전체가 품고 있는 맛의 일관된 표정으로 볼 때, 김치 (또는 겉절이)는 유일하게 좋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이곳의 단점이었다. 매운맛의 켜가 분명한 음식에 매운맛을 또 더하거나, 무겁지 않은 음식에 젓갈의 진한 맛을 욱여 넣을 필요가 없다. 이곳의 음식에 필요한 건 적절한 신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