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페퍼민트 패티-점멸하는 맛
옛 몽고네 혹은 그 옆집 공간에 있는 페퍼민트 패티에서는 ‘스매시 버거’를 낸다. 스매시 버거(smash burger)는 이름처럼 번철에 올린 패티를 뒤집개 등으로 꾹 눌러 모양을 빚는 동시에 표면을 강하게 지져 만든다. 따라서 둥글넓적하게 모양을 미리 잡아 놓지 않은, 구형의 고깃덩이를 번철에 올려 모양을 잡는 동시에 굽는다. “육즙”이 촉촉하게 살아 있는 상태보다 표면이 바삭한 웰던이 스매시 버거의 지향점이므로 고기의 양을 많이 잡지 않고 패티를 얇게 펴는데 집중한다.
소위 ‘구르메 버거’가 등장하면서 패티가 크고 무거워졌지만 스매시 버거는 기본 문법으로서 여전히 자신만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미국 프랜차이즈 가운데서는 ‘스테이크 앤 셰이크’가 스매시 버거를 내고, 양파를 함께 눌러 익혀내는 오클라호마식 버거도 나름 유명하다.
문법이 워낙 확고하기에 정말 몇 가지 사항만 잘 지켜줘도 버거는 맛이 없기가 쉽지 않고, 페퍼민트 패티의 버거 또한 그렇다. 다만 온도가 꽤 높은 상태에서 그대로 내기에 맛을 확실하게 느끼기가 다소 어렵다. 버거라는 음식의 특성상 일단 입을 대기 시작하면 적당히 속도를 붙여 가며 먹어줘야 하는데, 뜨겁기에 원래 쭉 끌고 나가줘야 할 맛이 점멸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더블치즈 버거가 8,900원에 355ml 음료 한 캔과 섭섭하지 않은 양의 프렌치프라이 추가가 4,000원, 도합 12,900원이면 뭔가 있는 듯 없는 연남동 초입에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구운 패티를 좀 더 휴지시켜서 온도만 낮춘다면 말이다. 나는 온도가 조금은 더 낮아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어에도 ‘한 김 날린다’는 표현이 있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