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당] 월병-가벼운 무거움

추석 이후 약 한 달에 걸쳐 정산당의 월병을 음미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먹으면서 이해했다. 가벼운 무거움을 추구하는군. 이 월병은 도향촌을 비롯,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결이 사뭇 다르다. 보통의 월병이 질긴 숏브레드에 뻑뻑한 소를 채워 무거운 무거움을 본의 아니게 구현하고 있다면, 정산당의 월병은 가벼운 숏브레드에 밀도가 매우 높지만 그에 비하면 가벼운 소를 채워 가벼운 가벼움을 자의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다식이 생각난다. 한식 디저트 가운데서도 다식은 독보적인 방식으로 밀도가 높다. 전분의 가루를 당원 등으로 뭉쳤다는 점에서는 월병의 소와 개념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데, 이제 우리는 추석에 월병은 직구로 사먹으면서도 다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식도 있고 월병도 있으면 훨씬 더 좋을 텐데, 하여간 이것만 놓고 본다면 교육적인 경험이었다.

*사족 1: 판단을 잘못해서 벌어진 것 같은, 배송의 불편함은 아마 정산당 측에서도 느꼈고 이후에 개선하리라 본다. 8월에 일찌감치 넣은 주문을 9월 12일, 이미 추석 연휴가 시작된 토요일에 간신히 받은 건 월병의 격에 맞지 않는 처사였다.

*사족 2: 꽤 많은 이들이 주문한 것 같아서 과연 얼마 만큼 만족하는지 궁금해 트위터에서 설문을 돌렸는데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다. 이유를 모르지 않는데… 추천을 하더라도 궁극적인 의사결정은 구매자가 내리는 것이므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건 추천자의 책임이 아니다. 만약 그걸 빌미로 추천자를 비난하는 이가 있다면 그가 무책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