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피] 미국산 프로슈토의 가능성과 선택 요령

롯데 본점에서 미국산 프로슈토를 집어왔다. 예전에 ‘이탈리아를 넘보는 미국산’이라고 종종 회자되었던 라 퀘르시아 La Quercia 프로슈토를 먹고 실망한 기억이 있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마침 유통기한에 임박해서 할인(14,000원->9,000원)에 들어가서 속는 셈 치고 사와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훌륭했다. 짠맛이 폭발하는 가운데 0.5mm로 저민 조각에서도 돼지의 맛이 ‘나 불렀어?’라며 고개를 다소 능글맞지만 단호하게 내미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생각이 난 김에 인터넷을 뒤져 보았더니 미조리 주에서 만들고, 평가도 전반적으로 좋아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에서는 슈퍼마켓 브랜드 가운데 1위로 선정된 제품이었다.

그래서 프로슈토는 무엇을 평가하느냐… 일단 원조, 즉 산 다니엘이나 파르마 지방의 제품이라면 별 고민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미국산 “프로슈토”라면 일단 돼지고기와 소금 외에 다른 첨가물 등이 쓰였는지 본다. 쓰였다면 일단 아웃. 다음으로는 소금의 양과 두께를 본다. 어차피 소금에 절여 만드는 가공육이고 많이 먹는 게 아니므로 염분 과다 섭취에 대한 염려를 내려 놓는다면, 소금을 충분히 썼을 때 완성품의 맛도 훨씬 더 다채롭고 깊어진다.

마지막으로는 두께를 본다. 우리는 수육이나 불고기로 먹는 돼지 다릿살은 두꺼운 단일 근육 덩어리와 그보다 1/5정도로 얇은 비계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마디로 부드러움을 타고난 부위는 아니니 얇게 저밀 수록 반비례해 한 점당 짠맛의 세기도 떨어지므로 적절한 교차점에서 맛을 즐길 수 있다. 식빵 두 쪽 짜리 샌드위치에 얇디얇은 한 점만 써도 간이 맞을 정도이다.

워낙 전통이나 이름값이라는 게 있으므로 ‘원조 프로슈토를 제치고 이걸 사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백화점 매대 같은 데에서 적절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면 시도해봐도 손해보지는 않을 수준의 제품이다. 급 낮은 원조보다 나을 수도 있다. 재구매 의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