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샤인머스캣 지옥이다
신세계 본점 지하에서 한 송이 25,800원에 사온 샤인머스캣은 지옥이었다. 살은 물컹하고 껍질은 질기고 단맛은 역하고 신맛은 찝찝하다. 이런 맛의 과일이 가격 상관 없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격적인데 비싸기까지 하다. 몇 년 전까지는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넘겼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집단 지성 및 이성이 무너졌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진짜 충격적인 점은, 우리에게는 아주 훌륭하고 맛있는 머루, 캠벨, 거봉 포도가 있다는 사실이다. 씨 없는 포도를 찾는다면 미국이나 페루, 호주의 수입산도 싸고 맛있다. 누군가는 일본이 품종 등록을 안 한 것을 들여와서 우리가 더 잘 재배해 팔고 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던데 미안하지만 아니다. ‘머스캣’ 이름이 붙은 품종에서는 전형적으로 포도™의 향과 맛이 나고 샤인 머스캣도 예외는 아닌데, 한국에서 팔리는 것에는 흔적만 남아 있다. 거의 다 지워져 버렸다는 말이다.
누가 한국에 샤인 머스캣을 풀고 부가가치 높은 과일이라며 재배를 조장했는지, 찾아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사족: 한편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10년쯤 뒤에는 나아질 수도 있다. 딸기도 그랬으니까.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