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산동교자-성실한 조리, 관성의 맛

도향촌 바로 옆집이면서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어느날 ‘그래서 왜 지나치고만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침 몸이 물만두를 간절히 원하고 있어서 들어갔는데 조밀한 건더기 사이에서 한꺼번에 몰려 씹히는 고기 알갱이가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너무 지니치기만 한 걸까, 싶어 다시 가보았다.

일단 좋은 점부터 말하자면 조리가 성실하다. 이 ‘라인’이나 연남동을 비롯한 많은 중국집 혹은 중식당의 조리가 너무 노련해서 마이너스인 경우가 허다한데, 이곳은 노련함이 늘어지도록 놓아두지 않고 성실함으로 승화되도록 계속 고삐를 조이고 있었다. 칼질은 고르고 음식은 잘생겼으며 질척한 구석 없이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중국냉면 때문에라도 개화를 종종 가는데 이쪽의 조리 수준이 더 낫다.

그런 가운데 맛은 상당 부분 관성에 의존해서 내고 있다. 아쉽도록 깔끔하달까? 그래도 기름을 많이 쓰고 튀김이 주 메뉴인데 맛의 삼각형이 시간축을 타고 치고 올라오다가 마지막의 뿔을 못하고 다소 뭉툭하게 사그라든다. 말이 길었는데 ‘한방’이 부족하다.

손님들에게 오향장육+물만두의 콤보를 권하는데 그 오향장육이 가장 아쉬웠다. 고기가 너무 딱딱하고 간이 싱거우며(짠슬 맛에도 반영돼 있다) 가격을 감안할 때 양이 적은 편이다. 2인 손님에게 저 콤보를 권하던데 모자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머지는 괜찮았다. 다만 입지를 감안할 때 다른 음식들도 가격에 비해 양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요리만 먹을 생각이라면 1인당 1접시+물만두+군만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공간의 한계가 있어서 아주 편하게 즐기기는 어렵지만 3~4인이 요리에 맥주 시켜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준은 충분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