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롤슈타이너와 탄산수의 표정

날씨를 견디다 못해 게롤슈타이너를 박스로 들여 놓았다. 페리에나 산펠레그리노 등에 비해 인지도가 적은 게롤슈타이너는 1병당 1,000원 꼴(링크는 880원)로 싸기도 하지만 기포가 꽤 자잘해 마실 때 부담이 적다. 갈증이 난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가 입 안은 물론 얼굴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거나 목구멍이 따가워지는 불상사를 겪을 가능성이 없다.

탄산음료의 표정 상당 부분을 바로 이 기포가 좌지우지한다. 샴페인의 기포는 자잘해 섬세함을 자아내고 맥주의 기포는 커 호쾌하다. 사실 샴페인도 18~19세기에는 기포가 맥주처럼 컸지만 뵈브 클리코가 선구적으로 나서 오늘날의 표정을 만들어 정착시켰다.

요즘 너나할 것 없이 쏟아지는 국산 탄산수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출시되는 것들은 호기심에라도 일단 한 번씩 다 사먹어 보는데 이렇다 할 변별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탄산 덕분에 일반 물(still water)보다는 분간하기가 훨씬 쉬운데 아마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구분을 못할 만큼 표정이 똑같다.  페리에를 모델로 삼는지 굵은 기포가 무차별적으로 치고 들어오니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어쨌든 국산이 바로 그 기포처럼 저돌적으로 치고 올라온 끝에 이제 편의점에서는 수입 탄산수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물론 아직 물 맛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렇다.

*사족: 맥주도 현재 똑같은 운명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