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삼계탕의 교훈
최근에 유난히 맛있게 먹은 삼계탕이 있었다. 놀랍게도 켜™가 있어서 물어 보았더니 닭발로 낸 국물에 끓인다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이런 경우가 드문데 생각해보면 고기 국물일 수록 켜의 부재가 더 심하다. 생선이 주재료인 찌개나 탕만 하더라도 대체로 멸치를 중심으로 한 육수에 끓이는 걸 보면, 고기이기 때문에 많은 역할을 알아서 다 잘 할 거라 무턱대로 믿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깃국물에 켜를 불어 넣으려는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 말이 많았던 설렁탕 국물의 ‘프림’, 삼계탕에 얹는 견과류, 순댓국에 주로 등장하는 들깻가루 등이 사실은 기본 국물의 얄팍함에 보충하려는 의도로 쓰인 부재료이다. 물론 화학조미료를 빼놓으면 섭하다. 이런 재료를 쓴다면 사실 맛의 구성과 표정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 건 단순한 비용의 문제인지 궁금하다.
이런 부재료들은 그나마 보충하는 용도로 쓰이니 어찌 보면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다대기에 이르면 맛의 국면은 좀 더 다르게 펼쳐진다. 매운맛이 혀를 미리 치고 들어감으로써 국물의 켜 같은 건 느끼기 어려워진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거꾸로 한식 국물에서 켜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가 사실은 매운맛 탓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모든 동물성 식재료가 상품화되어 식탁에 올라갈 수 없는 양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자투리), 국물의 표정관리를 위한 시도가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물론 이는 습관의 타파를 의미하므로 변화가 금방 일어날 수는 없겠지만. 사실 나는 좀 더 나아가 고깃국물에 끓인 해산물, 해산물 국물에 끓인 고기도 먹고 싶다. 안될 것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