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피터팬1979-팥 버터크림 카스테라의 내적 갈등

버터크림이라고 그래서 망설이다 집어 들었는데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대신 무르지 않은 팥이 카스테라의 조직을 촘촘히 채우고 있었는데,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굳이 필요하다고도 느끼지 못했다. 완성도를 높이자면 팥과 버터크림 가운데 하나는 덜어내야할 것으로 보였고, 후보는 당연히 팥일 수 밖에 없었다. 이왕 손을 댄다면 카스테라도 한 켠 덜어내고 버터크림을 그만큼의 두께로 채워주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애초에 그런 설계의 결과물은 아닌 것 같았다. 크림이든 무엇이든 카스테라를 견제하거나 북돋아 주거나 둘 중 하나의 역할을 맡겨야 할 텐데 둘 다 아닌 가운데 미약한 존재감으로도 내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에 맞춰 다듬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세심하게 조율된 음식을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