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를 넘은 브랜드간 교배 행태
편의점에 갔다가 기가 막혔다. 온갖 ‘콜라보’ 제품들이 가득한 가운데 상식적인 차원에서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제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금성 달고나라떼’라니, 대체 ‘전자제품 기술력 50년’이 음식에 무슨 공신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말인가?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워터’는 한술 더 뜬다. 기존의 상징적인 포장을 빌어온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필 그 포장이 유독한 유성 매직펜을 위한 것이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사물을 분간할 능력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이러한 상징 시스템의 차용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
‘미원 맛소금 팝콘’ 같은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는 나름 참신하고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팝콘에 맛소금을 뿌리면 맛있으니까. 두 식재료와 음식의 조합이 말이 되니까. 그러나 두꺼비 감자칩처럼 음식은 음식이지만 접점이 없다거나, 구두약 맥주처럼 음식과 음식이 아닌 브랜드의 교배에 이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대체 어떻게 구두약의 정체성으로 맥주를 팔아 먹을 생각을 하는 것일까?
비단 음식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공산품 선택의 폭은 그렇게 넓지 않다. 그런 가운데 생산자들끼리 브랜드 이미지를 서로 차용하는 교배를 해버리면 가뜩이나 폭이 좁은 공산품의 세계에 완성도도 맛도 파악하기 어려운 ‘스킨’이 씌워져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유동 골뱅이 맥주’ 같은 제품이 과연 신기함으로 한 차례 관심을 끌어 소비를 유도하는 것 외에 무슨 의미를 지니는 걸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 브랜드 간의 교배는 생산주체의 정체성을 지워 버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홍보 및 광고는 어떤 분야에서나 중요하다. 이제는 그게 전부라고 해도 어쩌면 반박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세심한 전략을 고민해야지 다들 품앗이하듯 돌아가며 다른 회사 제품의 스킨을 씌워서 변별점을 없애버리고 있으니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그냥 좀 멀쩡하고 평범한 음식을 먹고 싶은데,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모두 틱톡 비디오처럼 ’10초짜리 유명세’를 누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세상에 음식 먹기가 이렇게 어려워서 어찌 살겠느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