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코페르니쿠스적 생선구이

삼면이 바다인데다가 전국이 택배 일일생활권인 우리지만 정작 실생활의 차원에서 제대로 된 생선을 먹기가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헤아려 보면… 이 비비고의 즉석 생선구이는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코페르니쿠스적인 식탁의 선택지이다. 생각해보자. 식탁에 생선구이 한 토막을 올리려면 어떤 번거로움을 거쳐야 하는지. 정말 잘 먹었다 싶게 물 좋은 생선은 백화점급에서나 구할 수 있으니 접근성이 떨어진다. 재래시장이나 동네 마트는 물이 좋지 않고 후자는 자반이나 냉동 위주이다. 적당히 타협해 냉동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해동을 거쳐 냄새를 감수하며 구워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건너 뛰고 전자레인지에 단 1분을 돌리는 것만으로 먹을 수 있는 생선구이라니. 백화점에서 4팩을 만 원에 집어 왔는데 삶이 바로 대폭 업그레이드된 것처럼 느껴진다. 완성도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아서, 그 모든 번거로움 대신 선택한 편리함에 약간의 +a를 더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신선도 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토막에 60그램이라 배를 불리는 단백질원으로는 쓸 수 없지만 원하는 때에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으니 식단 확장의 시너지 효과는 꽤 좋다. 특히 나처럼 집에서 세 끼 전부를 해 먹는 프리랜서라거나, 단백질을 올리기는 해야겠으나 고기는 전혀 내키지 않는 상황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간은 살짝 싱거운 것 같으나 감칠맛이 적당해 균형이 맞는다고 느낄 수 있다. 다 먹어 보았는데 껍질이 두꺼운 임연수-이름처럼 바삭바삭하지 않다…-보다 얇은 삼치나 고등어 쪽이 낫다. 오픈마켓에서 2,500원 안팎에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