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한국인(7)] 벽제갈비 양곰탕-어쨌든 아쉬운
사진을 찍으니 실제보다 더 없어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양이 많지 않은 이상 건더기가 국물 위로 올라오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 양이 500그램이고 심지어 국물조차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출지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지만 나는 무엇보다 섬세함이 부족해 아쉬웠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좀 더 집중해서 먹을 수 있다보니 단점을 더 잘 느낄 수 있는데, 일단 국물의 ‘바디’가 약하다. 매운맛 자체는 색과 더불어 적절하고 뉘앙스도 살아 있는 편이지만 품어주는 국물이 다소 얄팍하다. 한마디로 국물까지 다 들이키고 났을 때 ‘어 잘 먹었다~!’ 같은 반응이 나올 만큼의 두터움이나 표정은 없다.
한편 건더기는 정육과 부속의 익은 정도가 다르다. 전자는 부스러질 정도로 잘 익었지만 후자는 여전히 질겅질겅 씹어야 한다. 내장이 운동을 많이하는 소화기관임을 감안하면 더 부드러워야 편하게 먹을 수 있는데, 요즘은 그런 측면을 고려해 내장 음식을 내는 음식(점)이 거의 없다. 운동을 많이 하는 쫀쫀한 조직은 정말 ‘서브미션’에 이를 때까지 푹 끓여야 제맛이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지금 식재료의 잠재력을 뽑아내지 못하고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음식점의 환경도 접객도 반찬도 아무 것도 없는 국 한 봉지에 16,000원이면 이것보다 좀 더 섬세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단가가 적절하게 책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한우로 끓이면 이게 최선이다’가 만약 제조 주체가 펼칠 수 있는 논리라면, 어쩌면 잘못된 전제에 집착하는 건 아닌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으아 나는 정말 집에서 꼭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벽제갈비의 양곰탕이 너무나도 먹고 싶어~!!!’라는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내밀어도 실망할 수 밖에 없는 제품이다. 아니, 사실은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가장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