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한국인(4)] 용문해장국-질기다 질겨
잠이 오지 않는 야심한 밤, 소파에 누워 폰으로 웹서핑을 하다가 또 주문했다. 이번에는 용문해장국. 사실은 하나도 쓸데 없는데 3팩을 사면 뚝배기와 숟가락도 준다고 해서 냉큼 구매했다. 변명하자면 뚝배기가 없기는 없었다. 그리하여 받아든 해장국은… 국물이 밍밍하다거나 채소를 포함한 건더기가 빈약한 것까지는 넘어갈 수 있는데 고기가 안 뜯긴다. 뼈에 붙은 고기가 두어 쪽 들어 있는데 뜯기지 않고, 육식 야수처럼 앞니로 힘주어 뜯어내더라도 질겨서 잘 씹히지 않는다. 지방도 별로 없는 고기를 설익혔으니 뜯길 리가 없다.
이런 해장국은 여러모로 이율배반적이다. 일단 ‘모든 재료를 오래 푹 끓였다’는 우리의 해장국 컨셉트에도 일단 잘 들어맞지 않는다. 이쯤되면 국물은 따로 내고 삶은 고기를 더한 것 같달까? 더군다나 국물마저도 밍밍하다보니 양쪽 모두 허술하게 만든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또한 ‘냉동하면 퍽퍽해진다’는 이유로 아예 선지는 고려도 하지 않았다고 밝히는데, 한국에서 선지는 일반적으로 퍽퍽하게 먹는다. 이래저래 ‘힙’은 있되 내용물은 부실한 상품이다.
갈비탕을 포함, 뼈에 붙은 고기 국물 음식을 만들어 팔 때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런 경우처럼 보기 좋게 만든다고 덜 익히면 먹기 어려워진다. 아니면 모양새가 달라질 것을 감수하고 푹 익힌 뒤 살을 싹 발라내 더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이쪽이 노동력=단가가 더 많이 들겠지만 뼈를 그대로 포장해 상품을 만드는 방향도 썩 효율적일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푹 익혀 발라낸 고기라면 따로 양념을 더 할 수 있으므로 맛의 “켜™”를 더 도모할 수도 있다. 요즘은 돼지뼈를 푹 익혀 살을 발라낸 뒤 소금과 후추, 연두로 간을 해 다시 국물에 더하는데 훨씬 맛있어진다.
사실은 고기가 푹 익는다고 반드시 뼈와 작별을 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익힌 뒤 완전히 식히면 쉽게 살이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먹을 때에는 국물에 담긴 채로 서서히 끓이면 다시 부드러워진다. 방법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다. 생각이 못 미치거나 귀찮아서 안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