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떡의 개인화-부드러움만이 유일한 미래

강서구에서 압구정동을 찍고 다시 일산을 찍은 뒤 돌아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운전중에 문자를 하나 받았다. 며칠 전에 산 떡의 구매확정 및 리뷰를 써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전자는 했고 후자는 오늘 내로 할 생각이어서 잠깐 당혹스러웠다. 무엇보다 배송 정보 외의 문자를 받아본 적이 없는지라, 이런 처신을 하는 판매자의 내일이 걱정되었다. 무엇보다 떡이 맛있었으므로 황망했다. 이걸로 안된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그냥 떡도 아니었다. 충청도 출신 트친과 이야기하다가 호박고지 시루떡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온 것이었다. 꽤 맛있게 생겼군. 그래서 주문을 했는데 정말 맛이 있었다. 그래서 150원 네이버머니가 아니더라도 기꺼이 생활인으로서 리뷰를 쓸 마음을 갖추었는데 왠지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어릴 때 언제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으면 하던 것도 팽게치고 안 하는 아이였다. 어차피 내가 알아서 할 것이구만.

어쨌든 개별 포장한 떡들을 부지런히 사먹고 있다. 탄수화물이 부족한 순간은 무시로 찾아오지만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떡 아니면 안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때 이런 제품군은 제 몫을 120% 발휘한다. 일단 한 번에 딱 먹기 좋은 분량으로 나뉘어 있는데다가 개별포장 덕분에 데우고 먹기가 꽤 간편하다. 한편 기존의 떡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나름 실험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조합이 흔하다. 가래떡이라면 기본이 현미인데다가 귀리나 서리태를 섞는 등, 그래도 떡의 울타리 안에서 최대한 다양성과 건강함을 추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이 급랭을 통해 통상적인 떡과는 사뭇 다른 질감을 지닌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자레인지에 적당히 돌리면 정말 금방 쪄낸 듯한, 흐르는 것을 간신히 붙잡아 놓은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통상적인 떡이 쫄깃함의 탈을 쓴 뻣뻣함으로 먹는 이를 우롱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씹는데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 이들 제품군에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물론 실제로는 나오지 않는다. 중년 남성이 집에서 혼자 전자레인지에 떡을 먹다 말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광경을 떠올려 보라. 이상하디 이상하다). ‘한식의 품격’에서 세운 가설처럼, 우리가 쫄깃함이라 믿는 개념은 조리의 실패 혹은 지나친 상태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모든 떡이 개인화 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떡들에게는 개인화가 현재로서 가장 유용한 활로일 수 있다. 연말 압구정동 현대에서 장을 보다가 몇 가지 집어온 ‘합’의 한과가 하나같이 예전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져, 떡류의 미래를 이쪽에서 기대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보다는 단맛을 최대한 빼고 끼니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가는 편이 쌀의 친숙함이나 가공성을 감안할 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흐름은 떡이 통상적으로 팔리는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먹기 편할 때에 몇 곱절 더 원활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