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요령 (2)-국면과 공간의 전환

틈틈이 재택근무 요령을 정리하고 있다. 1편은 이쪽으로.

6. 적극적인 국면과 공간의 전환

아무래도 사무실이 주거 공간보다 면적이 넓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아도 국면과 공간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 틈틈이 갔다오는 화장실이나 식사 시간만으로도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할 경우 동선의 규모 자체가 축소되면서 저런 행위가 전환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상황을 고수하며 일하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한 경우 우울증이 찾아올 수도 있다. 원룸 등 업무 공간으로 겸용하기에 무리가 있는 규모의 주거에 살 경우 특히 취약하다.

그렇다면 거듭된 재택근무 속에서 과연 어떻게 국면과 공간을 적극적으로 전환할 것인가? 개념적으로는 아주 간단해서 의식적으로 많이 움직여주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을 하든 안 하든 하나의 공간에 계속 머물러 있다 보면 관성이 붙어버려서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아진다. 특히나 요즘처럼 추운 계절이라면 움직이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뭉개고 있다 보면 우울증이 찾아오고, 그러다 보면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이게 되면서 계속 멘탈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계속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리듬 혹은 습관을 붙일 것을 권하는데, 일단 일과 휴식의 관계 및 패턴을 확실히 잡아 준다. X시간 업무를 보았다면 Y시간은 물리적으로 일의 원천(=책상)에서 확실히 떠나 있는다. 이때 X와 Y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최대한 규칙적으로 잡아 주는 게 좋다. 일을 해보고 효율이 떨어지는 시간대를 확실히 파악해보자.

나는 일단 1단위의 근무를 시작하면 정말 죽어도 하기 싫더라도 최단 50분은 버틴다. 일에 몰입했다가 끊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감안하면 50분 밑으로는 너무 짧다. 일이 잘 안 되더라도 대체로 20분까지 버티면 이후로는 심신의 상태가 평균이라면 이후로는 그럭저럭 일에 열중할 수 있다. 한편 일이 잘 된다고 해도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지 않는다. 나는 정말 지금 당장 보내야만 하는 마감이 아니라면 1시간 15분 이상 한 번에 일하지 않는다. 이 이상 일하면 휴식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면서 그날 업무의 큰 흐름이 끊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휴식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역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자기에게 맞는 답을 경험해서 찾아나가야 할 텐데, 1시간을 일했다면 원론적으로 30분 이상 휴식하면 ‘모멘텀’이 끊긴다. ‘회사에서는 몇 시간 동안 별 휴식 없이 일하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집에서 혼자 일을 할 경우 집중도나 밀도가 달라져 더 큰 피로를 느낄 수 있다. 또한 Y 만큼의 휴식시간을 정해 놓았다고 해도 하루가 흘러가면서 피로가 가중돼 일을 할 수록 더 오래 쉬어야 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자.

휴식 시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각자 내키는 대로 하면 되겠지만 십년 넘게 집에서 일해보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종종 살림을 할 때도 있는데 하루 한 번 정도는 괜찮지만 휴식시간마다 해버리면 피로가 가중될 것이다. 다만 공간의 전환과 엮었을 때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정도는 노동 강도가 세지 않은데다가 옷을 대강이나마 챙겨 입고 문 밖으로 나가 햇볕도 쬘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적극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