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한식 감칠맛의 전환점?

2020년, 마침내 연두에 영업을 당하고야 말았다. 오며가며 마르고 닳도록 보고 들었지만 이미 굴려왔던 감칠맛 원천의 풀을 늘리고 싶지 않아 지나쳤다가, 트위터를 통해 영업을 당했고 결국 찬장의 붙박이로 자리 잡고야 말았다.

써보면 단박에 인기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통상적인 간장에 비해 덜 응축돼 있는데다가 채소의 맛과 향도 갖추고 있으니 무엇보다 한식의 채소 반찬에 잘 어울린다. 다만 나에게는 그 장점이 약점으로 다가왔다. 간장보다 표정이 여유롭도록 더한 야채양념 말이다. 양파와 무의 맛과 향이 해상도는 높은 편이지만 섬세하지는 않아 음식 전체의 맛을 탁한 방향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리저리 써본 뒤, 요즘은 주로 가공식품 위주의 음식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야채양념의 맛과 향이 가공식품의 그것과 궤를 같이하므로 응집력을 향상시키는데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오뎅 볶음 같은 반찬도 좋지만 특히 (채식) 라면에 유용하다. 요즘 인기인 채식라면을 먹어보면 뒷심이 유난히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연두를 국물에 적절히 더해주면 고민이 말끔히 사라진다. 쯔유나 포장 멸치육수에 더해 냉소면 등을 만들어 보았는데 역시 훌륭했다.

식물성 감칠맛의 원천인데다가 ‘+a’의 맛 요소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만하면 한식 감칠맛의 전환점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콩발효액이라면 사실은 간장의 일부일 텐데 이만하면 이미지를 아주 잘 다듬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내가 트위터에서 영업당해 붙박이로 들여놓았듯.

*사족 1: 특유의 유리병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재활용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사족 2: 텀블벅에 올라온 요리책을 보았는데 주의를 끈다는 차원에서 아주 훌륭한 홍보 전략이라고 본다. 하지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요리책의 상품화가 정말 연두의 저변을 넓히는데 유효한 전략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트 등에서 묶음 할인 등의 행사를 보고 있노라면 그 틈새 어딘가에 요리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이 책을 바탕으로 소책자를 만들어 홍보물로 삼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