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기정-떡의 조용한 미래
그래도 명색이 기주떡인데 검은깨라도 좀 뿌려주면 좋지 않을까? 보기도 좋고 맛도 좋고. 전통 문법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은 촘촘하게 썰려 있는 떡을 한 쪽 떼어 먹는 순간 사라진다. 부드러움의 순간을 포착한 질감이 일단 훌륭하고 단맛과 짠맛 어느 쪽을 더해 먹더라고 균형이 맞을 간도 좋다. 포장부터 먹는 요령에 대한 안내문, 딸려오는 물티슈나 포크까지 모두 깔끔하고 세심하다. 먹고 있노라면 이것이 떡의 조용한 미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스파탐을 쓰지 않은 막걸리로 발효시켰다지만 그래도 기주떡 특유의 쓰고 떫은 뒷맛은 좀 남는다. 레몬이나 잼 같은 과일 요소부터 장아찌나 심지어 고기 같은 식재료와 조합하면 뒷맛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맛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자체로도 좋지만 현대적인 한식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레스토랑에서 탄수화물의 한 갈래로 쓴다면 빛이 날 것 같다. 생김새나 질감이 닮은 마시멜로우처럼 취급해서 당장 레몬제스트를 더한 설탕에 살짝 굴려줘도 코스 요리의 끝에 커피와 함께 내는 미냐디즈처럼 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