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베 와플-자기 모순적 오리지널
현대 목동점에서 발견했는데 갈아 뿌리는 치즈가 노르웨이의 야이토스트(Geitost)라 궁금해서 사먹어 보았는데 여러 모로 이해가 잘 안 갔다. 일단 음식 자체의 설계가 이상했다. 웨이퍼처럼 얇고 바삭한 와플 두 장 사이에 (식물성)크림을 바른다. 그리고 한쪽 겉면의 절반에 메이플 시럽을 바르고 야이토스트를 갈아 뿌린다.
그 결과 원래는 바삭한 와플이 가운데의 크림으로 한 번, 메이플 시럽으로 또 한 번 눅눅해진다. ‘바삭한 맛을 즐기기 위해 최대한 빨리 먹으라’고 광고하지만 실제로 바삭함을 죽이는 건 만든 이들 자신이다. 이럴 거라면 굳이 얇고 바삭하며 넓은 와플을 쓸 필요가 있을까? 물론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겠지만 치즈를 굳이 메이플 시럽까지 발라가며 표면에 붙여야만 할까? 조리는 물론 제조의 차원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은 설정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미 원형이 존재해서 그대로 따라해야만 하는 상황일까? 외국에서 이미 유행이 된 뒤에 한국에 들어오는 음식이 많으니 이건 또 어느 나라가 고향일까 싶어 ‘시노베 와플’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이 와플에 대한 정보는 모조리 한국에 국한돼 있었다. 별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이 고향인 오리지널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시노베’는 야이토스트와 같은 브라운 치즈, 즉 ‘브루노스트(brunost)’를 생산하는 기업의 상호이자 치즈의 상품명이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 브루노스트는 노르웨이의 전통 치즈이자 대중 음식인데, 시노베는 티네(Tine)의 뒤를 잇는 2위 브랜드이다.
매장에도 시노베의 치즈가 진열되어 있으며 온라인 판매 등도 하는 걸 보면 상표를 도용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치즈를 수입하는 김에 제품이나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려고 와플을 개발한 것 같은데 설계는 안일하고 맛도 별로 없다. 그런데 4,500원이라면 호기심에 한 번 먹은 뒤 재구매를 안 할 가능성이 너무 높아 보인다. 브랜드를 활용해 브런치 카페 같은 것도 차린 모양인데… 과연 그만큼의 원동력과 잠재력을 가진 상품인지 모르겠다.
브라운치즈는 일단 현지에서도 저며서 빵에 얹어 먹는 게 전부일 정도로 별 다른 응용을 하지 않는데다가 단맛을 살려 디저트를 만들어도 결국은 설탕/캐러멜+다른 치즈의 조합에 비해 큰 차별점을 가지지 못한다. 또한 마스카포네처럼 디저트에서 ‘바디’를 맡을 정도로 지방이 풍성한 것도 아니다. 한술 더 떠 치즈는 480그램 한 덩이에 28,000원으로 더 질 좋고 쓰임새도 많은 짠맛 위주 치즈의 두 배 정도 가격에 팔고 있다. 고급 제품도 아니고 대량생산품인데 뭔가 이상하다.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다.
*사족: 염소젖을 쓰는 등 여러 종류의 제품이 있지만 브루노스트는 기본적으로 유청을 10:1의 비율로 졸여 만든다. 짠맛 만큼이나 캐러멜화된 단맛도 강해 ‘단짠’의 즐거움을 두드러지는데 유청을 쓰기 때문에 편의상 그렇게 분류하지만 사실은 치즈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