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생칡즙-칡의 잠재력

한 모금 마시니 너덧살 때 충남 예산에서 칡뿌리 캐먹고 살던 기억이 단박에 떠올랐다. 칡맛이 선명하고 또렷하다는 의미인데, 그에 반비례해 음료로서 매력은 떨어진다. 올리고당이 강력한 쓴맛의 끝에서 균형을 잡아 보려 애쓰지만 양도 적고 단맛도 강하지 않아 성공적이지 않다. 그리고 쓴맛 뒤에 찾아오는 강력한 흙맛은… 생생하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지만 그와 별개로 음료처럼 마시기에는 힘들었다.

뉴올리언즈를 비롯한 미국 남부에서 치커리가 유사 커피를 넘어 독자적인 차/음료로 소비되고 있음을(한국에도 있는 것으로) 감안한다면 칡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모든 열매/잎/뿌리 등등 식물성 음료의 성패는 쓴맛-흙맛과 단맛의 균형 맞추기이므로 정말 너무나 생생한 생칡즙도 좋지만 적절히 희석시키고 다른 맛을 더한다면 충분히 대중적인 음료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옥수수 수염차 같은 것도 파는 마당에 칡즙을 못 팔리 없지 않은가.

*사족: 파인 다이닝에서도 분명히 이 쓴맛이 입가심(palate cleanser)로 코스 중간 어딘가에서 제 몫을 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