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브랜드 버거-사람 먹는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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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서 매장에서 세트를 먹고 버거만 단품으로 주문해간다더라고.’ 오, 그렇군. 맛도 보지 않았지만 일단 세트와 별도로 단품 버거를 하나 더 주문한 상황이라 뒷 테이블의 대화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레스팅’을 제대로 안 하는 버거가 대부분이라 습관적으로 단품 하나를 더 사와서 식은 뒤 먹는 요즘이다. 과연 완전히 식은 다음이라면 맛이 좀 나을까? 여태껏 그런 버거는 없었다.

와, 진짜. 그리고 버거를 받아 포장을 풀었을때 나는 절망했다. 왜? 설명이 필요 없다, 그저 사진을 보면 된다. 메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흡사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지만 이런 수준의 격차라면 현세와 지옥 사이의 거리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버거는 빈약했다. 혹시 사진의 버거를 진공처리하여 부피는 줄이고 밀도를 높인 건 아닐까? 전혀 아니었다. 맛은 보기보다 더 못했으니, 나는 패티가 동물의 고기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통째로 조미료 농축액에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감칠맛이 진한 게 냉동 콩고기 패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빵도 패티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낸 것처럼 미지근했다.

싼 음식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싼 것이라도 이유를 납득할 수가 있을 때 하루 최대 세 번 먹는 끼니로서 의미를 잃지 않는다. 대체로 싼 음식, 특히 프랜차이즈의 햄버거 같은 종류라면 음식점의 주방 이전과 이후 과정 모두에서 비용의 절감을 시도한다. 말하자면 재료와 조리 양쪽 모두에 신경을 안 쓴다는 말인데, 이 버거는 마치 둘 중 최소 하나는 신경을 쓰면서도 싸게 파는 것처럼 포장을 했지만 사실은 둘 다 최악이라 나쁘다. 아니, 사실 재료는 정말 목구멍으로 넘길 수만 있다면 괜찮다. 그보다 더 질이 낮은 조리는 이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할, 쓰레기의 수준으로 전락시켰다.

내가 먹은 ‘시그니쳐 버거’는 단품이 3,500원, 세트가 5,300원이다. 아무리 맥도날드가 끝없이 헛발질만 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는데 비슷한 더블 치즈버거가 각각 4,200원, 5,500원이다. 최소한 빵과 패티의 온도는 맞출 뿐더러, 치즈도 녹여서 낸다. 신세계는 대체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노 브랜드로 별도 매장을 차리다 못해 먹을 수도 없는 음식을 팔고 있는 걸까? ‘러시아에서는 게임이 너를 플레이한다’는 말이 있는데 노 브랜드 버거에서는 버거가 사람을 먹는다. 동네 분식집의 2,000원짜리 김밥도 이렇게 대강 만들어 팔지 않는다. 부끄러움을 모르나?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별도로 사온 단품은 포장도 풀어보지 않고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