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양각도-육향의 꽃말은 ‘조미료’
‘육향육향’ 노래를 부르지만 고깃국물을 끓여 보면, 특히 냉면 육수 같은 데 쓰려고 차게 식혀보면 과연 우리가 육향이라고 굳이 믿어 의심치 않는 냄새가 나기는 나는 걸까? 과연 그 자극이 냄새, 즉 후각이긴 한 걸까? 우리가 어떤 냉면 국물을 ‘두텁다’고 느낀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일산 양각도의 국물을 마시면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간다. 이것은, 사람들이 ‘육향’이라 일컫는 것은…. 사실 조미료가 내는 맛이 아닐까?
물론 마르고 닳도록 말해왔지만 조미료는 잘못이 없고 양각도의 냉면 국물은 나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입장은 ‘조미료를 잘 써 달라’이다. 안 쓰지도 들이붓지도 말고 적절하게 써서 적어도 먹는 순간에는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해 달라는 말이다. 양각도의 냉면을 엄청 뛰어나다고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일단 요즘 먹어본, 조미료를 안 쓴다고 표방하는 곳들보다는 나았으며 같은 일산에 있는 대동관보다도 좋았다. 대동관은 온도-국물-면발이 합심해 늘어지는데 반해 양각도의 냉면은 그렇지 않다.
고명은 거의 존재감이 없지만 차가우면서도 두터운 국물, ‘메밀인가?’ 싶게 전분을 섞은 것 같지만 활기는 품은 면까지 제 역할을 잘 한다. 한마디로 ‘각’이 살아 있다. 백김치가 따로 나오지만 사실 국물째 냉면에 섞어 버려야 이곳에서 표방하는 냉면의 진짜 맛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고춧가루 한 톨 없이도 한식의 맛은 성립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