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즐리의 세계 밀가루 식빵 3종-절반의 성공
베즐리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밀가루를 쓴 식빵 세 종류를 발견하고 차례로 사다 먹었다. 식빵 한 덩이에 6,500~7,800원으로 브랜드를 감안하면 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보다 더 말도 안되는 식빵이 ‘전문점’ 이름을 걸고 팔리는 하수상한 시대인지라 별 저항은 없었다.
그대로, 토스터에 구워서, 무쇠팬에 프렌치 토스트나그릴드 치즈를 만들어 1주일 넘게 세 종류의 식빵을 부지런히 먹은 결과 절반의 성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절반’도 경우에 따라 두 갈래로 해석될 수 있으니 굳이 첨언하자면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의 상황이었다.
이유가 뭐냐고? 일단 맛은 괜찮았는데, 그 맛을 느낄만큼 질감이 받쳐주지 않았다. 가장자리는 딱딱한 가운데 속살은 부드럽지만 빵을 너무 크게 부풀려 너무 얇게 썰었다. 그렇다 보니 가장자리를 빼고 나면 속살로는 질감을 느낄만큼의 밀도가 확보되지 않는다. 또한 워낙 큰지라 토스터에 다 들어가지도 않고 팬에도 굽기가 애매하며 눌러서 그릴드치즈/파니니 같은 것을 만들면 가장자리는 굉장히 뻑뻑해서 날카롭게 부스러진다.
왜 굳이 이렇게 만들어야만 했을까. 무엇보다 나는 이 세 식빵 모두 뚜껑을 덮어서 크기가 작고 밀도가 촘촘하게 구웠어야만 했다고 본다. 원래 그 방식-풀맨-에 맞춰 개발된 반죽인데 비싸니까 좀 더 크고 있어 보이려고 굳이 많이 부풀려 구웠달까. 그나마 장인 식빵 타령하면서 허옇게 덜 구운 식빵보다는 양반이지만 납득이 안 가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두 우리가 음식의 무형적인 측면-맛과 기술-의 객관적인 자체 평가를 시도하기 전에 재료처럼 눈에 보이고 드러낼 수 있는 요소만 자꾸 바꾸려는, 고급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