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구르미산도-닿지 못하는 계란의 부드러움
주차장 골목을 지나가다 계란 샌드위치(타마고 산도) 파는 곳을 발견해 몇 가지를 사다가 먹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을 수 있다. 홍대 주차장 골목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곳은 홍콩반점이 유일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틈새에 슬쩍 끼워 넣을 수는 있다. 게다가 단백질이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으니 건강식 까지는 아니어도 정말 이 근방에서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에 사오천원 정도에 당신을 구해줄 수준은 된다.
물론 엄청나게 맛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는 한데, 무엇보다 계란이 부드럽지 않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드러움이란 한국의 식문화가 대체로 닿을 수 없는 지점을 의미한다. 어려워서 닿지 못한다는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직관이든 습관이든 그 지점이 존재하며 이룰 수도 있다는 인식을 못하므로 닿지도 못한다. 한국의 식문화에서는 부드러움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한다고 해도 실제로 부드럽지 않다. 액체를 간신히 그러 모은 듯한 부드러움 말인데, 계란이 이 부드러움의 한 축을 단단히 붙잡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해를 못하므로 닿지도 못한다.
한편 잔뜩 쌓아 둔 계란 구이(부침)을 보고 굳이 프라이팬으로 하나씩 구워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었다. 물론 일본식을 표방한다면 그러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하나씩 만들어 그렇게 섬세하게 켜를 만들어 줄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기 때문이다(단면의 구멍을 보시라). 게다가 속이 부드럽지 않다면 겉도 마찬가지일 텐데, 작은 팬에 만들면 그 모양과 크기 그대로 생기는 뻣뻣한 겉면도 긍정적이지 않다. 차라리 최대한 큰 부피로 오븐에 카스테라 같은 것처럼 구워 썰어 만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일본식’을 준수하기 위해 사람이 너무 고생하는 상황은 혹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