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
블로그를 십오 년 동안 꾸려오면서 3월 및 9월 1일에는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해왔다. ‘3월이 봄의 시작이 아니고 9월이 여름의 끝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마음을 조금 누그려뜨려도 될 것 같다. 겨울이 그만큼은 따뜻했기 때문이다. 물론 큰 비중으로 처음으로 영접한 롱패딩과 수면양말 덕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선방한 난방비가 단지 둘의 공헌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많이 걸은 겨울이었다. 거의 매일 1만보 이상 걸은 것 같다. 무슨 적립이라도 하듯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을 먹고 나눠 걸었다. 이제 살 만큼 산 동네라 모든 길이 지겹고 또 지겨웠지만 그래도 그냥 걸었다. 그동안 겨울의 나날이 스치고 지나가는 걸 보았다. 모든 겨울이 이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겨울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또 그래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나날이 눈에 들어왔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따뜻한 곳에서 산과 물을 넘고 건너 찾아간 추운 곳에서 더 추운 곳을 찾아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서 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스쳐 지나가는 겨울의 나날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반대의 겨울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건 많은 세월이 흐르고 이번에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