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목장 슬로우 버터(가염)
매일에서 발효버터가 나왔다. 때도 됐지. 그나마 매일이 가장 열심히 한다. 롯데마트에서 200그램에 6,000원을 약간 밑도는 가격으로 샀다. 오픈마켓에서 루어팍-가장 만만한 수입 발효버터-를 250그램 4,000원대(혹은 그 이하)에 살 수 있으니 경쟁력은 여전히 미심쩍지만 그래도 나왔다는 의미는 높이 살 수 있다.
맛은…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다’라고 모호하게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좋은 버터는 설사 발효시키지 않았더라도, 또한 무염이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느끼하지 않다’. 지방 자체가 지닌 맛의 표정이 더 또렷하고도 세세하기 때문이다. 슬로우버터는 그런 맛을 내지는 않는다. 그저 ‘음, 그렇군’ 정도의 반응이 나올 뿐이다. 가염 제품의 소금 비율은 전체의 0.8퍼센트인데 나는 조금 싱겁다고 본다(가염버터의 소금 비율에 대해서는 한국일보 ‘세심한 맛’ 연재 참조.) 수직 이등분 해 놓아서 개별 버터의 부피가 적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팬케이크에 올리는 용도로는 아주 좋을 것이다.
나왔고 너무 비싸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바람직하다고 믿는데 현실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과연 나는 앞으로 이것을 꾸준히 사 먹게 될까? 사실은 이미 서너 종류의 무염 및 가염 버터가 냉장고에 상주하는 상황에서 이것을 사왔다. 이제 막 발매되었으니 궁금해서라도 사온 것인데 이제 평가를 했으니 과연 다음에도 선택할까? ‘국산, 그래도 국산이 최고다’라는 멘탈이라면 덮어놓고 고를 수도 있다. 가격도 차이는 나지만 버터라는 식재료의 소비패턴을 생각한다면 큰 무리는 없다. 그런데 맛의 차이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구와 달 사이 정도라면 괜찮을 텐데 반 광년쯤은 먼 것 같고, 정말 ‘꾸준히 먹어야 다른 국산 제품이 나올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사먹기에는 두세 번 정도에서 포기할 것 같다. 게다가 이것은 공정보다 재료의 차이일 확률이 높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이 최선일까.
*사족: 포장재질은 좋은데 서양 버터에서 거의 기본적으로 적용하는 계량 단위를 표기해주면 좋겠다. 눈금이 달려 있어 칼로 함께 잘라 계량이 가능한 포장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