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밀크홀 1937-‘저지’는 구세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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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에 서울우유/밀크홀 1937를 중심으로 저지우유에 대해 썼다. 분량 등등을 감안하여 개별 제품에 대한 평가는 가급적 피하고 대신 블로그에 보론을 쓴다. 매장에서 저지 아이스크림을 먹고 무거운 병입 우유 및 ‘배리에이션’을 이것저것 싸들고 집에 왔다. 이를 바탕으로 평가하자면 저지우유 자체는 좋지만 ‘배리에이션’은 가치가 전혀 없다. 연유우유와 각종 아이스티, 그리고 저지로 만들지 않은 요거트까지 한결같이 단맛이 너무 불쾌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 단맛에 불길함을 느꼈으나 어차피 취재 거리이므로 전부 싸들고 왔는데, 한 입씩 먹고 그대로 개수대에 쏟아버렸다.

지겨운 동어반복을 또 하자. 현재 한국 우유의 세계는 홀스타인이 문제가 아니며 저지는 구세주 역할을 못한다. 말하자면 재료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완성도 높은 공산품의 세계가 비어 있어 ‘아티장’과의 다리를 놓아주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아무리 좋은 재료를 쏟아 부어도 결과물은 큰 차이가 없다. 유기농 우유로 만든다는 아이스크림의 맛 롤 모델이 투게더라면(사실이다) 문제는 재료가 아니고 사람일 수 밖에 없다. 대체 이렇게 역한 단맛은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IMG_6419게다가 일반 우유의 다섯 배 수준으로 가격 차이가 나는 우유를 대체 누가 먹겠는가? 홀스타인도 품질에 비해 비싼 현실에서 그보다 다섯 배나 비싼 우유를 맛을 위해 먹으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저지의 상품화야 말로 그저 보편적인 우유 이상도 이하도 아닌 홀스타인에게 덤태기를 씌우려는 시도 아닐까? 우유를 먹을 맥락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데 이렇게 비싼 우유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제조업체는 여전히 우유가 맛으로 먹는 식품이 아닌, 건강보조제처럼 포장하려 애를 쓴다. ‘어차피 모두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으니 조금씩 먹으면 극복된다’고 홍보한다. 이런 시도 이전에 락토즈 프리 우유의 보편화에 더 힘써야 하는 건 아닐까? 과연 홀스타인으로 지금보다 나은 가공 유제품이나 디저트 등의 세계는 전혀 만들 수 없는 걸까? 그래서 아직도 분유와 팜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건가? 모든 카드를 다 소진해서 이제 저지를 들고 나오는 것일까? 소가 불쌍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