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코끼리 베이글-한 풀 꺾인 쫄깃함
올해는 슈톨렌이 유행인가? 집 근처의 베이글 가게에서도 ‘슈톨렌 베이글’을 만들어 판다고 들어 사러 간 김에 베이글도 몇 개 집어 왔다. 이곳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베이글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반죽을 밀가루:물의 비율로 분류할 경우 베이글은 거의 맨 왼쪽, 즉 수분이 적은 쪽의 기준점 같은 역할을 한다. 글루텐 함유량이 높은 밀가루에 수분 비율이 60퍼센트 이하이니 반죽 자체가 딱딱하고, 물에 삶았다가 구우니 결과물은 쫄깃하다 못해 질기다.
그렇다면 바로 한국의 ‘쫄깃함’에 딱 들어 맞는 질감일 텐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유통되는 베이글은 대체로 재료나 레시피를 바탕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정체성에 비해 훨씬 덜 질기다. 물론 질기지 않은 베이글이 일종의 추세이기는 하다. 다만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에서 파는 대량생산품의 경우 삶기보다 증기로 찌는 방식을 거쳐 질감도 색도 달라진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예전에 다른 베이글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것처럼 덜 질기고 폭신하며, 이를 위해 아예 별도의 접근 방식 혹은 레시피가 유통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의도적으로 쫄깃함을 한 풀 꺾어 내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빵이 맛있는 것과 베이글로 분류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맛있을 수 있지만 베이글은 아니라고 여긴다는 말이다.
이런 빵이 베이글로 점차 자리를 잡아 가는 이유를 두 갈래로 추측해 보았다. 첫째, 너무 질기기 때문에 시작된 조정이 결국은 응용이 아닌 변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한 보따리 쌓아둔 바 있는 ‘한국 식문화의 모순’ 목록에 항목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겠다.둘째, 소규모 생산자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공백에서 대량생산 제품만을 ‘레퍼런스’로 삼아서 만들다 보니 여기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