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가 빠진 체와 박찬웅 생강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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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체는 과연 어디에서 산 걸까. 오산에서 살 때 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어딘가의 잡동사니 매장에서 산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그게 아니라면 다이소일 텐데 확률이 낮다. 하여간 대강 산 제품인데 눈이 두 켜로 깔려 있는 데다가 냄비 등에 걸칠 발까지 달려 있어서 손잡이가 빠져 버린 다음에도 끼워서 쓰곤 했다. 접착제로 붙이면 계속 쓸 수 있겠지만 이케아에서 비슷한 물건을 하나 사오고 드디어 버렸다. 참고로 빵틀로 쓰는 것 포함 이런저런 체를 한 열 점 정도 가지고 있다. ‘미심쩍다면 걸러라’는 말을 토마스 켈러 선생님께서 하셨다는데 체는 많을 수록 좋다.

IMG_6668신세계 본관 식품 매장에서 야심차고 비싸게 샀지만 거의 먹지 않아 결국 덩어리져 버려 버리는 생강가루에 생산자의 이름이 붙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어제 버리기 전 사진을 찍다가 알고 ‘박찬웅 선생님 죄송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소백산에서 자란 생강으로 만들었지만 별로 맛이 없군요’라고 속으로 말했다. 함께 마늘 가루도 샀었는데 그건 정말 금방 덩어리져 버린 뒤 복구가 불가능해 더 오래 전에 버렸다. 국산을 사고 싶으나 비싸고 사용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서 피하게 된다. 물론 일상적인 한국의 부엌에 생강가루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통째로 종량제 봉투에 넣으려다가 모범시민의 만트라가 눈을 떠 가루는 음식물 쓰레기로, 통은 재활용으로 분리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