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멜리타 서버의 한 번도 쓴 적 없는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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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에서 살던 시절의 쓰레기만 있느냐면 그럴리가 절대 없다. 어쩌면 인간은 만들어 내는 쓰레기로 규정될 수 있는 존재이며 나는 다각도로 축적한 아주 많은 쓰레기를 품고 산다. 역시 기억이 희미한 가운데 애써 추측하자면 멜리타 서버는 정리 안 된 싱크대의 번잡함 속에서 널부러져 있다가 느닷없이 위에서 떨어진 컵이나 밥공기 따위와 충돌해 깨졌을 것이다. 파편은 꽤나 날카로웠다. 내가 깨든 깨는 걸 목격하든 감정도 파편 만큼이나 날카롭다.  그 서버는 딱 2년 하고 그만 둔 모 대학의 수업에서 최대 열 명의 학생들에게 실습용으로 쓰이는 등, 2인용치고는 꽤나 많은 일을 한 끝에 비참하게 최후를 맞은 안타까운 물건이었다. 굳이 서버의 뚜껑이 아니더라도 이제 드립 커피와 관련된 모든 물품은 나에게 별 필요가 없다. 에어로프레스를 쓴지 이제 5년, 드리퍼 서너 점은 그저 찬장 맨 윗칸에서 고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와 더불어 드립용 주전자와 실리콘 주둥이 또한 이제 필요 없어졌다. 오늘 같은 기분이라면 전부 싹 쓸어다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