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역] 이조보쌈-갖출 건 다 갖췄는데

FullSizeRender밖에서 보쌈을 사먹고 싶은 욕구가 내게는 거의 없다. 번거로운 족발이라면 모를까, 수육이라면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는 일과 일 사이의 쉬는 시간에 만들어서 먹으면 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리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귀찮으면 압력솥에 끓이거나 여유가 많으면 오븐에 굽기도 한다.

그래서 근처에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가운데, 어느날 갑자기 파는 보쌈이 먹고 싶어 이조보쌈에 갔다. 갑자기 추위가 몰아 닥친 날이었는데, 대기까지 타야하는 곳일 줄은 몰랐다. 그리하여 보쌈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시끄러운 이곳의 음식은… 나름 멀쩡했다. 갖출 건 다 갖췄다고 할까.

IMG_6236일단 고기에 간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으며 상추보다는 알배추가 질감의 대조에는 더 효율적이겠지만 아쉽지는 않다. 계절 메뉴라는 굴보쌈의 굴은 기본을 다 먹고 추가하자 좀 더 온도가 낮아 신선함을 덧입혔다(요즘 같은 굴 불신 시대에 탈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겠지만). 밥은 좋다고 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어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청국장이 감칠맛을 깔아주며 그럭저럭 마무리한다.

그래서 한마디로 갖출 건 다 갖췄는데, 전반적인 표정이 또렷하지는 않다. 굳이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재료의 책임이랄까.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듯 보쌈에서 경험으로의 맛 전체를 장악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겉절이류의 김치가 너무 풀죽어 있었다. 양념이 압도하는 경향이야 이곳만의 사연은 아닐테니 그렇다 쳐도, 발효를 통한 감칠맛과 신맛이라는 자산을 설탕과 식초로 대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IMG_6234나 같은 지역 주민에게 어쩌다 보쌈이 먹고 싶을 때 큰 불편 없이 찾아갈 수 있는 동네 밥집이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방송 출연 등으로 범 서울 맛집 같은 위상을 누리고 있는 모양이니 재방문 가능성이 한결 낮아진다. 참고로 번호표를 발행해 나눠주지만 적용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람이 나와서 불러 찾는 시스템을 쓰는지라 너무 효율적일 것 같은 기대감을 품었다가 그렇지 않으면서 한층 더 비효율적이라 느끼게 된다. 업장 앞 공간이 넉넉한지라 전광판 같은 걸 크게 달아도 문제 없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