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2019 단상
의견을 구해서 이것저것 들여다 보고 내린 단상 몇 가지.
1. 정말 한국의 서울이 한식의 성지인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많겠지만 한식이 한국의 음식이기 때문에 그 수도인 서울이 메카라고 자동적으로 생각하기에 우리의 저변이 과연…지지난 주에 백화점에서 2킬로그램 한 상자에 33,000원짜리 토마토를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그 가격에 사먹을 만큼 맛이 좋느냐면 전혀 아니고 그저 시기에 맞춰 나오는 것일 뿐이다. 특히 현재 한국에서는 소위 “모던” 한식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상태이므로 더더욱 모호해진다. 한식 때문에 양식이 역차별을 받는다기 보다 이것이 계속 궁여지책의 결과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양식의 사정이 더 낫다고 볼 수 없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걸 보고 싶다.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는 한식이라고 양식보다 더 나을 수가 없다.
1-1. 일본만 양식 특히 프랑스 음식을 높게 평가해 전통 음식과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한편 한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권은 그렇지 않는다면…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곱씹을 만한 일도 아니지만.
2. 인구 천만의 도시에서 별 26군데… 삼년 차로 접어들면 과연 이 정도의 ‘볼륨’으로 어떤 의미나 권위를 지닐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게 된다. 만일 한식에 더 방점을 찍고 싶고 그와 동시에 부피도 키워야 한다면 아예 ‘서울’판이 아닌 ‘미쉐린 한국’판의 레드 가이드를 만들어 비 서울권에서 명맥을 잇는 한식을 좌표 위에 올려 놓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지 않을까. 어차피 KTX로 남한의 맨 끝인 부산까지도 당일치기가 가능한, 미식 기행에는 아주 좋은 여건 아닌가.
3. 결과를 놓고 벌어진 분쟁을 우연히 엿보았는데…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지만이런 경우 정말 진지하게 ‘요리 시연’ 같은 걸 연다면 음식 자체를 완성하는 단계까지도 갈 필요 없다. 요리 리얼리티 쇼 ‘탑 셰프’에서는 30분짜리 초단기 ‘퀵파이어 챌린지’에서 종종 개인 혹은 단체 ‘미장’ 경연을 한다. 이를테면 굴을 까고 닭을 해체하고 장어 껍질을 벗기고 아티초크를 손질하고 등등… 주방에서 오랜 물리적 시간을 보낸 이만이 가능한 기본 가운데 기본을 기준으로 삼아야 요리 학교만 나오면 ‘셰프’가 되는 줄 아는, 또한 몇 개월의 스타주를 경력인 양 포장해 레스토랑을 운영하지만 30대 후반, 혹은 40대가 되어서도 조리의 기본 사항도 못 지키는 음식을 내는 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면 볼만할 것이다. 심사할 사람이 필요하면 부르시라.
4. 그래서 말인데, 대체 미쉐린 가이드의 운영 주체는 누구인가? 애초에 나는 바깥 사람이니까 관심이 없기는 한데 알만한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답이 없다. 신기한 일인 한편 각 음식점의 소개글을 보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