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초단기 총력 리뷰
무엇이 총력을 기울였다는 말인가? 바로 나의 위장이다. 최근 출장길에 골목 세 군데의 매장에서 떡부터 케이크까지, 눈에 띄는 대로 이것저것 집어와서는 사흘 만에 다 먹었다. 그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체를 짤막하게 정리해본다. 이름이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는데 매장에서 대강 비슷해 보이는 걸 찾을 수 있다.
1. 페이스트리류
가장 좋은 제품군이었다.
보문산 메아리: 데니시 패스트리 식빵류인데 부드럽고 폭신하며 결이 살아 있는 가운데 켜에 깃들어 있는 단맛의 액센트가 훌륭했다. 이름만으로 사먹을 수 있다는 생각.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스타 탄생’도 아니고 ‘스타 이즈 본’이라는 제목 그대로 영화를 개봉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저런 작명에 들였을 나름의 고민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쿠잉 아망: 부드러운 구석이 1도 없기는 했지만 맛에는 무리가 없었다.
2. 단과자빵류
튀김 소보루: 굳이 평가가 필요 없는 빵이라는 생각인데… 소보루빵에 팥소를 넣고 그걸 튀겼으니 사실 좀 과한 빵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굉장히 아슬아슬하게 균형이 맞는다. 껍질이 남아 있는 팥과 소보루의 질감 조화가 좋다.
캐러멜 앙버터(?): 전반적으로 성심당의 단맛은 균형이 맞는다.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것 가운데는 강한 편이지만 그 정도 수준이라야 사실 균형을 갖출 수 있는데 질감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일단 바게트가 질긴 가운데 버터는 녹아 있어 먹는데 힘이 많이 든달까. 앙버터라는 빵 자체가 딱히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부피를 갖춰 상온에서 일정 수준 이상 녹지 않은 버터가 한국에서는 대체로 질긴 바게트 질감의 ‘버퍼’ 역할을 해준다고 감안할때 뭔가 부족한 느낌.
3. 식빵류
‘모찌모찌식빵’과 우유 식빵 두 종류를 먹었는데 한국의 전반적인 식빵 지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딱히 부드럽지도 풍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맛이 잘 발달된 것도 아닌, 그래서 극단적인 경우 골판지의 맛이 나는 제품군. 아직도 ‘지평’이라 규정할 수 있는 전체의 양상이 기술의 문제인지 레시피의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겠는데… 이 두 종류의 식빵도 다시 찾고 싶은 완성도는 아니었다. 식빵은 ‘Enriched Bread’에 속하는데 대체로 ‘enriched’된 맛이나 질감을 못 갖춘 현실. 둘 중 하나를 꼽자면 전자가 조금 낫다.
4. 케이크류
티라미수 크레이프 케이크: 이것에 대해서는 외부 지면에 따로 글을 썼다. 다음 주 공개 예정. 일단 각 켜가 질기지 않았으니 합격.
녹차 카스테라: 카스테라라는 케이크 사촌의 질감 혹은 촉촉함은 일단 강력분 등으로 어느 정도 구조를 강화한 뒤 그에 맞도록 시럽 등을 개입시켜 얻는 것이라고 이해하는데 이 카스테라는 덜 익힘으로 촉촉함을 짜냈다는 인상이…
5. ‘전통’ 다과류
찹쌀떡: 단맛이 없으면 실패하기 쉽다고 믿는데 고소한 맛으로 무리 없이 만족감을 준다. 떡과 고물의 일반적인 질감도 좋은데 소의 견과류가 옥의 티. 고물의 수분을 흡수해서 설컹설컹해지면 전체의 질감을 망친다.
식혜: 이런 식혜를 2,500원에 먹을 수 있다면 매일이라도 먹겠는데… 많이 달지 않고 다소 묽은 느낌인 가운데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상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아예 ‘슬러시’ 상태라면 좀 더 맛있을 것 같다.
이것 말고도 더 사온 것 같은데 일일이 기록해 놓지는 않았다. 이성당처럼 충격적인 ‘지역 빵집’도 있는 가운데 이 정도면 그래도 업데이트 잘 되고 일정 수준 완성도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무리 없는 / 억지 아닌 / 짜내지 않은 스토리텔링’이라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