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양화정-양념의 승리, 돼갈의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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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도 씹어 소화시킬 연령대의 젊은이들과 합정역 근처의 양화정에서 ‘돼갈’을 먹었다. 좀 더 정확하자면 이곳의 양념돼지고기는 ‘돼갈’이 아니고 ‘양념구이’인데, 혹자는 자질구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마음에 든다. 이제는 특히 돼지에 한정해 ‘갈비’라는 것을 부위보다 요리 문법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체면치레를 한답시고 전혀 상관도 없고 사실 먹을 것도 별로 없는 뼈 쪼가리를 한두 점 가지고 나오는 것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철근이라도 씹어먹을 젊은이 세 명이라면 10인분은 먹지 않을까 생각하고 갔는데 그보다 적게 먹는 가운데, 난 이런 종류의 고기라면 구워 먹을 필요가 과연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전체적인 ‘돼갈’의 경향이기는 한데, 이미 양념에 완벽하게 절여져 조리가 끝난 느낌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돼지고기 세비체랄까. 기생충의 위험 때문에 돼지고기는 날로 먹으면 안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요즘은 그런 수준도 아닐 뿐더러, 굽는 순간부터 오히려 부드러움이 가셔 맛이 떨어질 정도의 부드러움을 갖추고 있다. 원래는 폭력적인 표현이지만 요리에서는 이미 재료가 죽어버릴 지경에 이를 만큼 조리하는 상황을 ‘(beat) into submission’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런 느낌의 고기이다. 양념이 승리를 거두었고 돼갈은 이미 굴복했다. 그런데 조리를 더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안심이 안된다면 소주로 소독하면 괜찮지 않을까?

*사족

IMG_45931. 이런 수준의 좌식 구조라면 정말 불을 들고 홀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검색해보면 종종 사고 기록이 나오는데… 일회용 식기 사용 금지 같은 것보다 어쩌면 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사안 아닐까.

2. 일부러 냉면을 먹어 보았는데 역시 양념 갈비집에서 내는 냉면은 디저트라고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과일도 내주지 않고, 설사 내주더라도 그마저 너무 달아서 갈비의 단맛에 한 겹 덧씌우는 경우가 허다하니 차라리 냉면이 나을 수 있다. 아예 좀 더 디저트처럼 만들어서 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면이라도 가위질을 많이 해서 젓가락질 많이 하지 않고, 열심히 씹지 않고 훌훌 넘기도록 만든다면… 못 삶은 계란이나 질긴 고기보다 차라리 상큼하게 마무리해줄 수 있는 채소 고명 쪽이 더 어울린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