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 비원떡집- 떡과 맛의 다차원
1. 떡이 반드시 쫄깃해야 하는가. ‘한식의 품격’에서 동물성 재료, 특히 단백질류의 쫄깃함이 조리의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떡 같은 탄수화물류의 쫄깃함은 조리의 실패도 실패지만 보존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어제 딱히 쫄깃하지 않은 비원떡집의 떡을 먹으며 했다. 물론 재료인 쌀에 따라 저항-쫄깃함 또는 질김-도 다를 수 있지만 냉장보관도 상온도 딱히 답은 아닌 보관 여건을 감안하면 금방 굳어 버리는 떡의 특성이 결국은 ‘쫄깃함=떡의 특성 (혹은 미덕)’이라는 인식 또는 고정관념을 낳은 것은 아닐까.
2. 단맛이 꽤 두드러져 흥미로왔고, 딱히 쫄깃하지 않은 질감과 맞물리면 디저트로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단맛 혼자서는 ‘캐리’가 어렵고, 신맛이나 쓴맛 등이 가세해야 맛이 좀 더 다차원적일 수 있다. 이를테면 ‘갖은편’에서는 당귀의 향이 꽤 기분 좋게 두드러졌는데, 이후 다소 단조로운 단맛이 쭉 훑고 지나가면서 감흥이 금방 사라져 아쉬웠다. 한국의 채소나 나물 등에 쓴맛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역시 신맛이 가장 걱정이다. 레몬을 비롯한 시트러스류를 소환해야 되는데 과연 어느 수준으로 가능하다고 여길까.
3. 쫄깃하지 않음을 전제로 단맛의 떡이 디저트의 자리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짠맛 위주의 떡은 간식으로 편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단맛이든 짠맛이든, 떡이 좀 더 명확한 맛의 진영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쌀을 비롯한, 떡의 주재료인 곡식류의 고소함은 대체로 양쪽 어디에도 그럭저럭 적응하면서 제 역할을 한다.
4. 먹는 방법 등에 대한 안내문을 포함시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이지만 좀 더 자세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냉동보관이 답일 경우, 상온 해동이든 전자레인지 해동이든 수치가 동반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자레인지 같은 기구도 출력이 다르니 모든 경우를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1만 더 자세하더라도 10의 효과를 줄 수 있으리라 본다. 떡이 경쟁해야 할 양식 빵이나 과자류에 이미 가이드라인이 일정 수준 보편화 되었음을 감안하면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제일 가운데 있는 떡이 두텁떡 같은데
두텁떡의 경우엔 투텁떡 소에 설탕에절인 유자껍질이 들어갑니다
비율을 좀 더 늘리면 단맛 신맛 밸런스가 어느정도 맞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