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선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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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말도 안되는 말을 들으면 짜증이 나는 법이다. 짜증에 젖어 있던 차, 어느 매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관련 주제에 대해 글을 쓰지 않겠냐는 것. 일을 맡겨 주신다니 감사할 일이지만 나는 주저했다. 그래서 하룻밤을 숙고하다가 죄송하지만 맡지 못하겠다고 답을 했다. 이런 일은 사실 흔치 않다. 프리랜서 9년차에 청탁을 거절한 경우는 정말 열 손가락, 잘하면 다섯 손가락으로 꼽는다. 돈을 벌어야 떡볶이든 뭐든 사먹을 것 아닌가. 그런데 대체 왜 그랬냐고? 애초에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에 더 이상은 굳이 논리로 직접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떡볶이가 어떤 음식인지 이야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고, 떡볶이 자체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패턴은 언제나 똑같다. ‘대강 얼버무려진 이론으로 아무말을 던진다-그 이론을 잘 아는 사람이 체계적으로 반박한다-그 이론을 흡수해 아무말을 보강한다’의 사이클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공론장이 생기는 부작용이 벌어지는 한편 막말은 갈수록 덩치를 불린다. 문제는 이론을 아는 이들이 자꾸만 자신의 것을 요약해서 떠먹여 주는 안타까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야 자신이 부족한 점을 알아서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모른 채로 그냥 살거나 막말의 덩치를 섣불리 불리려 들지 않는다. 대체로 이론/과학/수학 같은 것들을 모르는 이들이 이러한 개념이나 태도 혹은 방법론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한다.

‘트롤을 먹이지 말아라 (Don’t feed the troll)’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론장이 커질 경우, 최악의 부작용으로 순교자 코스프레가 벌어질 수 있다. ‘나는 바른 말을 해서 사회 정의를 이룩하고자 하는 존재인데 왜 너희들이 나를 핍박해’라는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너무 말도 안되는 말을 말이라고 하면 거의 조건반사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지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세 가지의 대응 방법을 제안한다. 철저히 무관심하거나, 자신의 이론과 담론을 계속해서 구축하거나, 그도 아니고 도저히 못 참겠다면 비웃으면 된다. 체계적인 반박을 해 봐야 ‘사이다 썰’의 블랙홀이 계속 빨아들일 뿐이다.

떡볶이가 대체로 빨간색이니 종북 음식이라는 주장이 차라리 이제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