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수리취 떡과 짠맛의 조합 가능성
홍천 휴계소의 지역 특산물 매장에서 떡도 사왔다. 사실 9월의 속초행 때도 다른 휴계소에서 비슷한 수리취 떡을 보았는데 언제나 탄수화물은 공포의 대상인지라 머뭇거리다가 놓쳤다. 개별포장 자체나 디자인 등등이 일단 마음에 들어 이번엔 별 고민 없이 사왔다. 30개에 15,000원. 너무 싼 건 아닌가 우려하게 되는 가격이다.
팥소가 든 경단과 들지 않은 인절미가 있는데 나는 전자를 사왔다. 맛은 꽤 좋다. 취와 들기름(?)의 향이 잘 어울리고 흰 팥소도 깔끔하면서 고소하다. 떡의 정체성을 상당 부분 결정지어주는 취는 좀 더 잘게 다지거나, 아니면 아예 갈아서 퓨레 수준으로 만들어 섞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 먹기에도 좀 더 편할 뿐더러 향도 극대화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떡이라면 공통적으로 품는 질감은 역시 다소 부담스럽다. 질기다는 말이다. 이에 저항하는 상태 자체를 지향하는 건 바람직할 수 있지만, 이와 닿고 난 다음 시점부터는 좀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 나는 젤리와 떡의 질감이 궁극적으로는 맞닿는다고 믿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액체를 간신히 아울러 잡아 놓은 듯한 질감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고, 한편 끈적함을 더 잘 상쇄할 수 있다.이런 떡을 먹을 때마다 쫄깃함이란 결국 질김의 미화된 표현이고, 질김은 조리의 (사실은 한없이 넓은) 중간 지점을 살릴 만한 세심함의 부재 탓이라 거듭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떡은 이제 디저트나 간식의 단맛보다 식사 대용으로서 짠맛을 적극적으로 좇아야 하는 편이 바람직할 거라 생각했다. 떡의 기본맛은 단맛이지만 그렇다고 디저트로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달지 않다. 게다가 쌀로 인한 특유의 질감-공기의 부재까지 겹친-을 감안한다면 식후에 먹는 음식으로는 씹는 부담이 아무래도 크다. 그렇다면 차라리 짠맛 쪽으로 180도 눈을 돌려 식사 대용 음식으로 입지를 도모해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탄수화물은 기본적으로 중립이니 웬만한 맛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빵이나 전에 김치를 더하는 현실이라면 더 *전통*적인 탄수화물인 떡에는 왜 김치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걸까? 소위 현대요리의 영역에 분명히 떡의 질감을 개선시키는 한편 김치를 포함한 짠맛과의 짝짓기를 원활하게 수행해줄 수 있는 열쇠가 있으리라 믿는다.
*너무나도 사소하지만 떡이 뒤집힌 채로 포장되어 포장재의 윗면쪽으로 평평하게 놓일 수 없는 상태에는 개선이 필요하다. 빵에 비유하자면 포장재의 윗면-상품의 개성을 묘사하는-이 빵의 뒷면을 보여주는 형국이다.
그러고보면 어릴 적 먹었던 떡 중에는 짭짤한 맛도 있었던 것 같은 희미한 기억이 있어요…… 근데 언제부턴가는 떡 하면 달착지근한 맛이라는 게 당연시되기 시작한 듯 합니다.
짭짤하고 뜨거운 떡 엄청 맛있잖아용.. 찹쌀 비율 높게해서 어디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리하여…이 글을 본 누군가는 외칩니다.
“그래! 김치 떡을 만드는 거야!!”
김치 떡…어딘가 하나 있을 것만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