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평양면옥-멍해진 냉면, 위태로운 정체성
트위터에 올라온 이야기를 보고 생각났다. 추석 연휴에 평양면옥에서 냉면을 먹었다. 꽤 오랜만이었는데,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을 정도로 냉면이 흐리멍텅했다. 국물의 염도가 낮았고 면에도 힘이 거의 없었다. 불었다거나 전분의 함유량이 떨어져 힘이 없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어쨌든 이런 면과 국물이 만나니 경험으로서의 맛이 너무 희미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계산을 하는데 ‘저염도 실천 음식점(정확한 명칭이 기억나지 않는데 검색에 의하면 맞는 것 같다)’을 알리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인증 시스템이었다. 과연 이것 때문일까? 한식 국물을 이루는 재료의 빈약함이나 켜의 부재*1 등등은 ‘한식의 품격’에서 다룰 만큼 다뤘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다만 정말 저런 인증제도에 맞추기 위해서 염도를 낮췄다면 현재 평양냉면의 범주를 벗어나 음식으로서의 정체성이 위태로운 수준인데 과연 그럴 필요까지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나트륨의 총량을 부득이 지자체에서 나서서 관리해가며 줄이고 싶다면 차라리 국물의 양 자체를 줄이는 편이 더 낫다. 묽은 국물을 너무 많이 낸다. 그나마 면류는 좀 낫지만 밥은 떠먹기 귀찮을 정도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본다. 그럼 분명히 양이 줄었다고 항의하는 이들이 나오겠지만 이 정도로 국물이 밍밍하다면 냉면 자체를 먹기조차 어렵거나, 국물을 마시는 의미가 없어진다. 한국의 국물이 진정 소비자에게 만족을 불어 넣는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와 더불어 일품요리화를 늘리고 반찬을 줄이는 편이 낫다. 국물에 간을 충분히 하고 반찬의 의존도, 최소한 반찬을 통한 간의 의존도를 줄이자는 말이다. 김치를 비롯한 짠맛보다 잘라주는 신맛 위주의 반찬이 상에 올라야 한다. 물론 이는 당연히 신맛의 범위 확장 또한 의미한다(여기까지 동어반복).
저염화가 정말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소금만 공격해서는 안된다. 양념부터 해체한 다음 필요한 요소만 음식과 조리에 따라 차용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애초에 조화나 균형이 깨져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서 한두 요소만 집중공략하면 조화나 균형이 더 깨진다. 해체와 재조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 1: 켜의 부재를 마치 서양 음식의 특징이니 뒤집어서한식의 특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던데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식 국물 음식에서 드러나는 켜의 부재는 재료의 빈약함이나 생각 없는 조리의 잘못이지 한식만의 개성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