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앤 와플
우연히 ‘치킨 앤 와플’을 먹었다. ‘치킨과 와플’인가 ‘치킨 앤 와플’인가? 실제로 번역을 하는 경우라면 둘이 모여야 한 음식이 되므로 후자여야만 할 것 같다. 어쨌든 미국 남부에서 좀 살아서 그쪽 음식인 줄만 알고 살았는데, 먹은 김에 찾아보니 사실 치킨 앤 와플에도 두 가지 문법이 존재한다. 동부의 펜실베이니아 더치에서 유래된 북동부의 버전은 스튜처럼 뭉근히 끓인 닭의 살만 와플 위에 올리고 그레이비를 끼얹는다. 반면 흔히 ‘소울푸드’라 일컫는 범주에 속하는 남부식은 와플 위에 프라이드 치킨을 얹고 시럽을 끼얹는다. 이마저도 사실은 남부보다 뉴욕의 할렘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치킨 앤 와플은 괴식이 아닐까. 나도 처음 텔레비전에서 보고는 반신반의했다. 읭? 웃기는 음식이군.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말이 안 될 것도 없다. 탄수화물+고기의 조합인데다가 시럽까지 가세하면 단맛+짠맛의 ‘밀당’이 제법 즐겁다. 게다가 시럽은 와플과 치킨 양쪽 모두의 바삭함을 살짝 눌러주는 역할도 맡는다. 치즈 등갈비 같은 진짜 괴식에 비하면 양반 아닐까.
하여간 모처에서 치킨 앤 와플을 먹었는데, 완성도보다 가게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완성된 형태가 샌드위치라는 점이 좀 놀라웠다. 치킨 앤 와플은 샌드위치로 먹으면 안되는가… 굳이 안 될 건 없다. 다만 치킨과 와플 모두 표면의 질감을 극대화시키는 조리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양쪽 모두 뜨거울 때 겹치면 열과 수증기로 인해 눅눅해지는 한편, 바삭함이 완전히 죽지는 않아 입천장이 까질 수 있다. 수제 햄버거의 유행을 타고 온갖 빵의 변주도 출연했지만 포카치아처럼 지방이 적은 빵보다 반대편의 브리오슈 쪽으로 가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5년 전인가 경험 많은 실무자와 ‘흔한 것 같지만 미국 음식의 문법이 의외로 전파된 것 같지는 않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한편 그와 별개로 한국식 치킨의 문법도 하나의 줄기를 이루었고 길거리의 와플도 나름의 존재감은 있는데 누군가 둘을 합치는 시도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래도 치즈 등갈비보다는 덜 괴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