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 애성회관-국수와 단맛, 짠맛, 신맛의 상호작용

왠지 상호에 정이 가는(…) 이곳의 국물은 달다. 수준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지만 표정이 어떤 종류의 일식 국물, 또는 분명히 1980년대에는 엄연히 메뉴에 올라 있었으나 사라진 불고기덮밥-실체는 규동-과 흡사했다. 

그래서였을까, 사실 토렴되어 나오는 밥보다 국수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뭐랄까, 좀 웃기는 국수였다. 중면보다 굵은데 우동보다는 가늘다. 미리 삶아 불을만큼 불어서 혹 원래는 중면이 아니었을까 의심도 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하여간 흩어지는 밥알보다는 이론적으로 더 잘 어울리는 짝인데 거의 대부분의 미리 삶은 한국의 밀가루 건면이 그렇듯  DOA(Dead on Arrival) 상태였으므로 안타까웠다. 그렇게 쫄깃함을 숭상하는데 실제로 쫄깃할 수 있는 음식이 무심한 조리로 인해 속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로 식탁에 오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가 믿는 음식과 조리의 전통을 불신할 수 밖에 없어진다. 게다가 단일 음식이 한 그릇에 10,000원이라면 이런 식으로 계속 국수를 내면 안된다고 믿는다. (후추통, 수저통, 그리고 사진 한 가운데에 보무도 당당하게 자리 잡은 파를 보라… 입이 아프다.)

다시 단맛으로 돌아와 보자. 한편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고기든 뼈든 동물만 쥐어짜서는 만족스러운 두께의 국물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믿는다. 그런 가운데 간이 강하게 된 고기가 돋보였다. 구이든 국물 음식의 건더기든 거의 대부분의 경우 고기를 최대한 작게 또는 얇게 썰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하지 않음을 정당화하려는(또는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형국임을 감안하면 잘 익어 야들야들하면서도 간이 강하게 된 고기는 훌륭했다. 

한편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김치의 지나친 개입 또한 두드러졌다. 국물과 건더기가 각각 자신감 있는 단맛과 짠맛을 품고 있다. 일단 파만 개입해도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히는 상황인데 오하려 김치가, 특히 고춧가루가 접선을 망친다. 토렴 국물이므로 뜨겁지 않으니 그나마 낫지만, 캡사이신의 통각 원리 (혀에 미세한 균열?)를 헤아린다면 김치의 고춧가루나 체면치레 반찬인 생고추를 먹은 뒤에 들이대는 뜨거운 국물이나 그로 인해 달궈진 숟가락이 통각을 증폭시키는 상호작용 만큼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조합이라면 매운맛 없는 가벼운 신맛 정도로 균형은 더 잘 잡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