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나리의 집- 힙함과 허름함의 교차점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근처를 지나가다가 축구선수 김남일이 거대한 검정 승용차를 앞에 세워두고 가게로 들어가는 광경을 우연히 목격했다. 과연 뭐하는 곳이기에. 궁금했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고 두었다가 최근에서야 한 번 가봤다. 이런 곳이었군. 냉동삼겹살과 멀건 찌개, 조미료 풍미™ 그득한 김치 등으로 이루어진 음식은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좋을 수도 없지만 널린 게 이런 음식점이니 딱히 놀랄 일은 아니잖는가.
다만 사람이 완성하는 그림이 흥미로왔다. 한남동 한복판에서 냉동삼겹살을 낸다. 불판에 은박지를 깔고 굽는다. 환기시설도 딱히 없다. 그런 요인들을 적극 반영해 바닥이 미끈거린다. 타일로 마감한 벽이 가세하면 하나의 일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과거의 허름함이 완성된다.
그런 공간 안에 바로 옆의 베트남 쌀국수 가게나 근처의 커피숍, 편집매장 등등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힙한 사람들이 잔뜩 들어차 있다. 흥미롭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괴기했다. 힙함마저 관통하는 이러한 음식점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인터넷을 뒤져보면 궁극적으로는 정겨움으로 수렴하는 허름함을 이곳의 매력으로 꼽는다. 그런데 진짜 정겨운 수준으로 허름한 걸까.
굳이 은박지를 깔아 놓은 불판 위에서 수분이 빠지며 쪼그라드는 삼겹살을 보며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떠올렸다. 삼겹살이 냉동일 수도 있고 찌개가 멀걸 수도 있으며 김치 등 반찬이야 어쩌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으니 그럴 수도 있다. 다 괜찮다. 그런데 다른 요소들은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위해 일정 수준 개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개선이 이런 식당의 허름함-정겨움을 좌우하는 일종의 시간성을 해칠까? 심지어 지금 나는 음식점에서 음식은 안 괜찮아도 괜찮으니 나머지 요소라도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건 괜찮은 걸까.
어렵지 않은 글임에도 잔뜩 어렵게 느껴지는건 나만 그런건가….
자릿세로 수입냉동삼겹이 만원이 훌쩍 넘는 소셜 허세 맛집등극ㅎㅎㅎ
추억팔이의 향기가…
1. 힙한이란 신조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도 한 번 해보자 식으로 페이스북 가입하고 단 1시간 만에 탈퇴한 21세기 무적자/無籍者인 저에게는 드물지 않은 일이죠. 저는 심지어 카톡도 안 합니다.
2. 냉동 삼겹살이 한때 직장 회식의 꽃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일상한/日常漢을 자처하는 한국인들이 즐기는 식문화의 지나간 유행이요. 이것이 부활하다니 놀랍군요.
3. 식도락적으로 키치한/kitsch- 음식이 냉동 삼겹살인데 어쩌면 일본처럼 장기 불황이 만들어낸 신풍속은 아닐지요? 구글링한 결과, 의외로 오래갈 수도 있다는 성급한 예측을 해봅니다.
4. 음식 평론가인 주인장께서 느꼈을 당혹감이 글에 잘 나타나 있는데 냉동 삼겹살처럼 한국 식문화의 키치한 음식에 관해 책으로 써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제목은 , 정도.
5. 최근까지 키치한 음식만을 즐겼던 제가 성급히 추정컨대 키치한 문화가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한 시대를 구성하는 하위문화로써 가치를 갖고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재밌는 연구주제인듯합니다.
6. 예상컨대 책 쓰면 욕은 엄청 먹겠습니다. 백 세 장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적 의료보험 모두 해지하고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어떨는지요. 오랜만에 시대착오적인 아재개그 한 방 날려봅니다.
1. 아이고야, 제목이 날아갔군요. 그냥 패스.
2. 책은 과 좀 다르게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요?
댓글과 덧글에 화살괄호를 쓰면 안 되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