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정돈 프리미엄-돈까스로 쓰는 시
어느 비오는 날, 손님이 거의 없는 바에 앉아 돈까스로 시를 쓰는 광경을 목도했다. 단어 하나, 구두점 하나까지 고민해서 다루듯 돈까스 및 음식을 준비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과정을 거치고 내 앞에 놓인 음식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부위 전체를 들여와 직접 썰어 튀겨낸다는 ‘성의’나 2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까지 감안하면 아쉬웠다.
대체 무엇이 어땠기에 아쉬웠는가… 어차피 백 가지 이유를 써 봤자 긍정적이지 않다면 모든 분석과 판단은 신경도 쓰지 않고 거기에만 매달릴 것이므로 굳이 구구절절 늘어 놓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언제나 그에 상관 없이 늘어 놓았지만 오늘은 딱히 그러고 싶지 않다. 혹시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답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의 항목으로 나눠서 생각해보았는데, 일단 가장 중요한 돈까스 한 가지에 대해서만 생각을 밝힐테니 나머지는 궁금한 분들이 직접 가서 먹어보고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1. 돈까스-바삭하지 않다. 어떤 온도에서 튀기든 그건 내가 굳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튀김이라면 기대할 일정 수준의 바삭함이 없었다. 추구하는 돈까스상을 이해는 했으나 그 지점에서 좀 벗어났다. 또한 고기까지 한데 아울러 생각하면 소위 ‘주이시’하다기보다 ‘워터리’한 느낌이었다. 이 돈까스 한 가지만 놓고도 열흘은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 먹은지 2주는 된 것 같은데 난 아직도 머릿속으로 먹고 있다. 간이나 거의 물크러진다고도 말할 수 있는 돼지 등심의 질감도 묘했다.
2. 밥
3. 국
4. 반찬과 나머지
2, 3, 4번 항목은 빈칸으로 남겨 두겠다. 돈까스야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음식이니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꼭 가서 먹어보았으면 좋겠다.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고급화는 어떻게 시도해야 하는가? 한국의 현실에서 선택과 집중은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음식이 완성되어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의 과정이 길거나 복잡하면 할 수록, 미세한 오차가 쌓여 때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완성도의 결함을 야기할 수 있다. 만약 몇 년 전처럼 학생들이라도 가르친다면 한 번씩 먹어보고 토론을 시켜보기에 좋을 만한 음식이었다.
안심은 괜찮은데 등심은 조금 시간지나면 튀김옷이 지방질 붙어있는 곳 제외하고 축축해져서..
밥이 사진으로 보기엔 떡 같네요. 🙁
대학로 정돈을 가보고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서 먹었던 것과 같은 맛을 느끼고 싶어 프리미엄 특 목등심을 시켰는데
1. 펼쳐놓느라 그런지 미지근한 온도에 놀람
2. 축축한 튀김옷에 더욱 실망
오래 걸려서 나온 돈까스를 두조각 이상 먹지 못했습니다. 고객에 집중하지 않는 서비스(알바들인지 스맛폰과 잡담하느라)도 문제라고 여겨져 다시 방문할 일은 없는 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