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터널의 끝에는… 딱히 별 게 없었다. 지금이 겨울도 아니고. 하지만 길었다. 11km였던가. 조금이라도 폐소공포증을 지닌 이라면 어느 시점에서는 욕지기가 날 거리였다. 실제로 돌아오는 길엔 그러했다.

속초의 어느 말도 안되는 호텔의 싸구려 스위트룸에서 자는 사이에 9월을 맞았다. 약 3주 동안 가졌던, 식물같은 휴식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이보다 더 나은 여정은 없었을 것이다. 세 시간 정도 내리 달려 도착해서는 휴게소에서 산 아귀포와 옥수수를 그야말로 아귀아귀 먹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채 여섯 시가 안 된 시각이었다. 저녁도 건너 뛰고 다음 날 아침 일곱 시까지 잤다. 유일하게 문을 연 숙소 건너편의 백반집에서는 분홍색 소시지가 식탁에 올랐다.

침대 오른쪽으로는 스위치를 절대 찾을 수 없어 끌 수도 없었던 국부 조명이, 커텐을 닫지 않은 왼쪽으로는 속초 시내의 불빛이 들어왔다. 그렇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잤다. 다만 그 사이에 너무나도 끔찍하고도 또 생생한 꿈을 꾸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 전화기 메모장에도 적어 두지 않았으나 근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도 생생하다.

결국 막국수도 한 그릇 먹지 않은 채로 속초를 떴다. 잠깐 들른 해수욕장에서는 할머니가 감자떡을 개시해달라고 말을 걸었으나 딱히 내키지 않아 지나쳤다. 진짜 가고 싶은 곳은 사실 속초가 아니었다. 양양을 지나 강릉 가는 길에 있는 38선 휴게소였다. 7~8년 전 쯤, 그러니까 들어와서 그해인가 그 다음해 여름 장마철에 지나친 적이 있었다. 무엇인가 써보겠다고 사나흘 강원도를 떠돌았었다. 무덥고 비가 흩뿌렸으므로 맑고 밝을 때 다시 오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정동진에서는 라면 국물 맛이 나는 순두부 찌개를, 속초에서는 낚싯바늘을 건져낸 곰칫국을 먹었노라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사이에 들렀던 적이 있었는지, 멈춰 서지 않았다면 지나쳤던 적이라도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속편 같은 꿈을 꾸었다. 역시 끔찍하고 또 생생했다. 각각 다른 끔찍함이 해와 달처럼 번갈아가며 현실과 꿈의 세계에 얼굴을 들이민다.

1 Response

  1. Yuni Ahn says:

    그 동안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속초로 여행도 가시고 휴가를 가지셨군요~~ 끔찍한 꿈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