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3가] 조선옥-구워 내는 고기와 반찬을 통한 맛의 조합
가끔 잘 모르는 커뮤니티에서 글과 링크를 퍼가서, 남의 불구경하듯 들여다볼 때가 있다. ‘DC트라이브’라는 커뮤니티의 존재를 덕분에 알게 되었고(비공개 커뮤니티던데 덧글은 종종 보이는 걸 아십니까?), 이름만 듣던 클리앙도 가보았다. 최근 다시 한 번 돌았던, 아니 사실은 내가 손수 ‘돌렸던’ 글 ‘직화구이와 한식의 가난’을 아예 퍼갔던데 ‘가난하다면 한식 직화구이가 외국에서 인기를 얻겠는가’라는 반응이 있었다.
직화구이 문법이 없는 식문화권이 있던가? 어찌 보면 가장 원시적인 조리법이라 볼 수 있는데, 고기의 손질 방법, 식탁 위에서 직접 구워 먹는 등 이질감(또는 신기함?)과 생동감 등이 맞물려서 유행처럼 순환소비 되는 상황이라 본다. 늘 말하지만 특히 1세계는 소비할 2-3세계의 식문화를계속해서 찾는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는, 대체 고기를 식탁에서 굳이 뜨거운 불을 안고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구운 고기를 적당한 온도에서 먹는 게 훨씬 더 편하다. 을지로 3가 조선옥의 갈비(200g 33,000원)를 엄청 훌륭하다고 평가하기는 좀 어렵지만, 식탁 위에서 타는 불을 얼굴에 쬐어 가면서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고기 ‘쪼가리’를 넣는 상황에 비하면 훨씬 편하다.
게다가 이렇게 한식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해보면, 명분을 가늠하기 어려운 희귀함을 맛보는 재미 아닌 재미도 있다. (한때 친숙했던 동네인 충남 예산에 두 군데의 구워 내오는 갈비집이 아직도 있다고 알고 있다. 박1 대통령의 주방에서 일했던 사람이 차린 1과 그 식당의 주방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차린 2라고 들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엄청 훌륭하다고 평가하기는 좀 어렵다’라고 말했지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뼈를 중심에 두고 펼쳐낸 고기라면 일단 물리적인 형태만으로도 균일한 조리가 어려워지므로 선택하기 전에 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양념, 특히 설탕과 간장 위주의 한식 양념과 직화의 조합은 언제나 과도한 캐러멜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 모두를 감안한다면? 고기 먹기는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다. 펼친 갈비의 끝은 때로 살짝 과조리가 되었고 근막을 뜯어 먹기란 종종 벅찬 일이지만 최적점에는 벽제갈비 같은 음식점에서 식탁불로 구운 갈비보다 조금 더 납득할 수 있는 질감-통째로 미끈거리지 않고 겉과 속의 구분이 일정 수준 존재하는-이 존재했다.
그렇게 군데군데 만족스러운 질감을 일단 제쳐두고 나면, 다음엔 맛의 조합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역시 나쁘지는 않다. 단맛은 뭉근하고 참기름이 뒷맛을 감싸는 전형적인 한식 고기 양념이지만 그 가운데서는 균형이 괜찮다. 다만 그 좌표 바깥 지점에서 들여다보면 역시 경험의 여운을 늘려주거나 잘라주는 요소는 확실히 달린다. 짠맛과 신맛 말이다. 예전 ‘능라’의 리뷰에 최근 내가 평소에 짜게 먹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덧글이 달렸던데, 정확하게는 소금에 좀 더 치중해서 간을 한다고 보는 게 맞다. 간은 거의 대부분 소금에 의존하고, 장류는 감칠맛과 향(또는 뉘앙스)를 위해 쓴다.
한식은 대체로 늘려주거나 잘라주는 요소를 반찬에게 외주로 맡긴다. 특히 고깃집에서 쌈장이나 김치, 무생채가 대표하는 반찬군이 이런 맛을 아예 지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리와 맛의 조합을 미리 감안한 결과물이라기보다 우연에 크게 기대는 편이고, 따라서 최종적인 맛의 경험에서 오차가 날 확률이 커진다. 달리 말해 지닐 거라 당연히 기대하는 맛이 빠진 반찬이 오른다면 주요리의 맛을 해칠 수도 있다. 조선옥에서 식탁에 오른 반찬은 쓴맛이 유쾌하게 두드러진 도라지 무침을 하나를 빼놓고 전부 그랬다. 김치에는 신맛과 짠맛이 하나도 없이 고춧가루 매운맛만 불거져 나왔으며, 질긴 파무침에서는 아예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그보다 차라리 상추가 특유의 쌉쌀함으로 고기맛을 가셔주는데 제 역할을 더 잘 했다.
또한 고춧가루 범벅인 김치가 그렇듯, 한식에서 찔러 주는 맛으로 궁극적으로는 맛이 아닌 매운맛이 득세하는 현상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짠맛으로 북돋아 눌러 주고 신맛으로 잘라주지는 선이 되지 못하고, 단맛과 매운맛이 한꺼번에 자극하는 점을 찍고 사라져 버린다. 물론 맛있다고 느낄 수도 있는 조합이다. 하지만… (하략)
식사로 뭇국과 물냉면을 먹었는데 식당의 공기를 좌우하는 냄새의 뭇국은 오랜만에 한식을 놓고 ‘그윽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달리는 듯한 짠맛으로도 두터움이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음식이었다. 반면 물냉면은… 구색은 맞춰줄 수 있을지 몰라도 건조하고 특징 없는 맛이었다. 면에 아무 맛이 안 나서 단맛 꽤 두드러지는 동치미 국물에 담가 먹으니 좀 나아졌다.
마지막으로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든 접객. 엄청나게 붐비는 시간도 아니었고 고기를 주방에서 몰아 구우니 식탁이며 먹는 이의 움직임이 훨씬 덜 복잡할텐데도 마치 정신줄을 놓은 듯한 답답함이 있었다. 불친절하지도 않은데 무엇이든 추가 요소를 한 번에 주문하고 받을 수 없었다. 이미 먹고 나간 옆 식탁의 맥주병을 치우지 않은 채로 두었다가 나의 명세서에 추가해서 계산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 영등포점에 입점한 봉피양은 돼지갈비 메뉴가 있는데
주방에서 구워서 나옵니다.
고기가 옛날엔 다 이런식으로 요리되어 나왔는데 시대가 변해가며 외식문화가 나름 변화해온 한국이다. 특히 불판에 직접 구워먹는 갈비는 외식문화의 꽃이였다.
사람마다 양념이된것이든 안된것이든 익혀먹는 방식이 틀리기에 거의 탄듯이 먹는 사람도 봤다 보통 이런분들은 덜익은 고기에대해 강한 부정적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식감의 기준이 틀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런기준의 사람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것이 직접 구어 먹는 한국특유의 외식문화다. 하지만 결국 최고의 맛집은 파는 사람의 좋은 재료와 요리솜씨 그리고 서비스가좌우하는 거지만…
요즘은 외국방식의 음식 셋팅과 조합에 중점을 둔것같다 프렌차이즈식당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 식당들은 거의 약속이나 한듯 틀에 박힌 조합이다
이조합의 기본은 숙성된 고기이고 3가지정도 맛의 소스이며 3가지에서 5가지정도의 반찬이다.
보통 반찬은 명이와 고추짱아치 정도며 김치와 셀러드종류이다.
그리고 불판의 온도를 알기위한 온도측정기…
난 옷에 냄새가 나더라도 깡통 식탁에 옹기종기서서 저렴하고 부담없이 술한잔과 즐기던 갈비가 자주 생각난다.
육우 갈비 한접시에 6.6~9.9만원 내고 정신없는 서비스에 남의 맥주값까지 계산할뻔….
단골이거나 지갑이 두둑하거나 혹은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진,
세가지 경우의 수에 저는 포함이 안되는군요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