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 피제리아 이고-도우의 저항
기본적인 맛의 표정은 두루두루 좋다. 한국식 단맛 따위 전혀 개입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특히 미트볼이 가장 맛있다. 선택인 계란 노른자를 빵가루에 버무려 미트볼에 찍어 먹으면 풍부함과 감칠맛을 바탕으로 빵가루의 바삭함과 미트볼의 부드러움이 훌륭한 대조를 이룬다.
피자의 맛도 기본적으로는 좋지만 도우에 좀 저항이 있다. 다소 질기다. 복수의 방문에서 일관적이었으므로 조리의 편차는 아니고, 분명히 만드는 이의 지향점일 것이다. 굳이 짐작하자면 수분과 온도 사이의 좌표 어딘가에 실마리가 있을 거라 보았다. 도우도 그렇지만 올린 재료들, 특히 버섯이나 생 모차렐라 치즈의 익은 정도가 그런 인상을 주었다.
입자가 고운 밀가루로 수분 비율이 높은 반죽을 빚어, 높은 온도에서 구워 순식간에 수분을 빼낸다, 정도로 피자 도우를 이해하고 있다. 그럼 겉의 막은 얇고 바삭하고, 속은 다소 촉촉하면서 부드러울 수 있다. 말하자면 두 모순된 성질을 한 가지 도우에서 맛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고의 피자는 2인 2판~3판 정도를 시켜 나눠 먹다 보면 뒤로 갈수록 씹기가 조금 피로해진다. 한마디로 맛의 지향점만 놓고 보자면 자주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질감이 갈등을 안긴다. 1인분으로 보아야 할 한 판 평균 15,000원의 가격까지 고려하면 더 그렇다.
*사족: 내가 갔을 때 답을 정확히 못 낸 상황으로 보였는데, 곁들이는 술 또한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와인보다 맥주에 치중하고 싶은 것 같고 자체의 개성이 강하기 보다 피자를 잘 받쳐주는 걸 원하는데 당시 라인업(비라 모레티, 오비 프리미어 등)은 어중간했다. 또한 비싸지 않은 하우스 와인 후보는 많을 테니 와인도 빠지지 않는 게 덜 섭섭할 것 같다.
저도 예전부터 블루마스님에게 한번 여쭤 보고 싶었는데 깜빡한게 생각나서 질문을 좀 해 봅니다. ^^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유럽에서 먹은 기억과 한국에서 먹은 기억을 비교해 보면 질김은 한국에서
필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버터나 올리브유가 잔뜩 들어간 밀가루 반죽은 지방이 글루텐을
끊어 버리니 논외로 치고, 밀가루 소금, 효모, 물로만 이루어진 반죽의 경우 이유를 모르게 유럽의 것 보다
질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피자도우, 깜빠뉴, 바게트 등에서 이문제가 두드러 지는데 이유는
이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마찮가지라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모사를 잘하고 발전도 잘 시키는 일본이 바게트 만큼은 프랑스의 맛을 따라가지 못하고요
특히 밀의 단맛을 끄집어 내는데 유리 하다는 저온장기 발효의 경우 이 질긴
느낌이 더 도드라져 보인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피자도우는 냉장 상태로 보관 하다 보니
이 느낌이 더 심해지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 많은 집들이 반죽에 올리브유를 집어 넣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치아바타도 외국에선 거의 기름을 넣는 경우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로 올리브유를 다량 첨가
하는 경우가 많구요.
왜 이런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밀가루는 수입도 되는 만큼 물이 가장 의심 스러운데
석회 성분 때문 일까요?
유럽의 회분이 많은 밀가루와 우리나라, 미국, 일본식의 강력분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븐의 스팀 능력도 차이가 있을테고요.
아직 생각 중이고 몇 군데에서 먹고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