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mealº) 식빵-공업의 승리?
유기농 밀가루에 숙성 등등을 이야기하지만, 밀도의 식빵을 먹어보면 공업적 느낌이 강하다. 물론 완전히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제빵은 가슴보다 인간과 기계의 팔다리 및 화학 작용에서 나온다고 믿는 사람으로써, 빵이 이제 거의 주술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한국의 현실에서 공업적으로 잘 만든 빵은 훌륭한 존재다. 말하자면 파리 바게트 같은 프랜차이즈 식빵에 공업의 힘을 더해 완성도 높게 다듬었달까. ‘저희는 화학 첨가제 안 씁니다’를 내세우는 곳은 유화제 같은 것들을 쓸 줄도 모르고, 써도 잘 만들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말하자면 신포도랄까.
어쨌든 밀도의 빵은 이름-‘담백’과 ‘리치’-과는 좀 다른 맛을 낸다. 리치는 충분히 범위 안에 있지만 담백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또한 리치가 조금 더 견딜만한 맛을 낸다. 한편 좋은 의미에서 질감이 굉장히 절묘한데, 이를 냉동시켜 놓았다가 토스터에 구우면 완전히 복원되지 않는 듯한 또 다른 질감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하여간 가정에서 빵을 취미로 굽는 사람이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은 확실해 보인다. 또한 높은 완성도가 먹는 이보다 만드는 이를 위한 것이라 본다.
결론 내리자면, 현재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빵집이 이런 수준의 빵을 내면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생산 품목을 최소화하고 대신 완성도에 투자한다. 현재 한국의 (아침)식사 현실을 헤아려 보면 좋은 빵의 부재가 발전 또는 전환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고, 그나마 이 정도 수준의 빵은 되어야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빵이 특별한 물건 취급을 받는 현실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그탓에 가게에선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봉지를 씌워(물론 귀퉁이만 여며 놓지만) 판다. 뜨끈뜨끈하고 무거운 덩어리를 들고 다니면 100% 주저앉고, 앞에서 말했듯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미리 구워 완전히 식은 빵을 일정 수준 확보하고 문을 연 뒤 보충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공간 등을 보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가로수길의 매장이 좁지만 빵 자체를 사기에는 좀 더 나은 여건일 수 있다. 한편 선택과 집중하는 듯 보이지만 미니 식빵 등도 파는데 이 또한 아예 없애고 식빵에만 집중하는게, 줄 서 있는 손님 간신히 소화하는 상황에선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성수동 매장은 이미 맞추기 어려워 보이는 수요로 인해 품질이 일정 수준 저하 되었다는 느낌인데, 현재의 상태라도 얼마나 갈지는 조금 의심스럽다. 운영주체가 최근에 기업으로 바뀌었다고 들었기 때문. 그렇다면 이 빵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가능성도 높은데 과연 한국의 현실에서 품질 유지가 될까? 그에 대해 아주 황당한 이야기를 주워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