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셰이크 섁-짧은 후기 “재방문 의사 없음”
트위터에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짧게 쓴다. 조만간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나는 이곳의 버거를 또 먹어볼 계획이다. 적어도 한두 번은 더 먹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맛을 찾기 위한 방문은 아닐 것이다. 맛만 따지자면 재방문 의사는 없다. 적어도 이 버거를 먹기 위해 신논현역을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며, 설사 주변에서 적절한 끼니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더라도 기다려야 한다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설사 줄이 없더라도 가격 대비 완성도를 감안하면 먹지 않을 것 같다.
그럼 대체 왜 또 먹어 보겠다는 이야기는 하고 자빠졌는가. 일단 정확하게 취재를 위한 방문이 아니었으므로 가능한 요소를 전부 헤아리지 못했다. 다만 속속들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이 음식의 전체적 완성도-적어도 이만큼의 가치 판단을 위한-은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또한 늘 이야기해온 대로 햄버거는 철저하게 구축의 음식이므로, 각 요소의 디테일을 좀 더 살피기 위해서라도 몇 번 더 먹어볼 의향은 있다. 말하자면 부분의 합으로서 전체가 주는 인상을 부분별로 살펴보기 위해 먹어보겠다는 말이다.
아 그래서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냐. 글을 읽는 이라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네가 늘 해온 일 아니더냐. 먹고 맛없다고 이야기하기. 누군가는 오히려 그걸 기대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셰이크 섁? 그거 뭐 뻔하지 않겠냐, 맛없다고 그러겠지. 어쨌든 내가 입을 열면 반드시 맛없음을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장본인인 나는 그 무리에 속하고 싶지 않다. 사실 나도 때로는 뻔하지 않을 결론을 향한 희망을 품고 먹으러 다닌다. 무엇보다 형편없는 음식이 대부분인 지평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또한 그 피로감은 굳이 파는 음식만을 향한 것도 아니다. 오늘 한 시간 동안 트위터에서 경합 붙인 다른 주제, 즉 식재료도 현재 별로 희망이 없다. 말하자면 사 먹어도 맛이 없고, 그게 싫어서 뭐라도 해먹으려 들어도 결국은 맛이 없다. 이런 현상이 오래되면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나는 이 버거가 좀 맛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개장 시간에 맞춰 대기 타고 있다가 들어갔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열린 주방의 움직임을 보고 이미 기대를 많이 접었다. 아무도 설득시켜야 할 의무가 없으니 서술하지 않겠지만, 그다지 좋은 느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일부러 시켜 본 크리스마스 한정 진저브레드 셰이크는 바로 그렇게 한정 메뉴라는 이유로 전산기에 올라가 있지 않아 주문의 다른 요소와 함께 나오지 않아 5분을 기다려야만 했는데, 그래서 급하게 만들었는지 아이스크림이 3/4이상 덩어리진 채로 남아 있었다. 음식은 전체적으로 싱거운 가운데 두께 때문에 딱딱한 베이컨만이 과다한 짠맛의 용틀임을 시전하고 있었으며, 프라이 또한 버거처럼 전반적으로 싱거운데 끼얹은 치즈가 짠맛의 액센트를 주지 못한 채 감자에 열심히 눅눅함을 덧씌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랫쪽 번은 절반 정도 곤죽 상태였다.
이 모든 걸 먹는데 쓴 돈은? 23,800원. ‘맛없음을 말하는 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본의 아니게 충족시켜주는 가운데 나는 이제 속으로 조금씩 죽어가는 단계에 접어 들었다. 그냥 나만 조용히 죽으면 될 일인가. 이거, 저만 불편한가요?
탱자가 되었군요.
사실 굳이 귤 수준일 필요는 없습니다만…
spc 에서 국내에 들여온
linas 샌드위치도 돈값 못합니다.
그렇군요…
어제 신논현역 근방을 걷는데, 여전히 줄 엄청 서 있더군요.. 그래도 패티에 큰 문제는 없나 봅니다. 판교 현대엔 ‘파이어벨’ 수제햄버거집이 들어왔는데, 최근엔 패티를 너무 덜 익혀 벌겋게 내더군요.. 햄버거 하나 믿고 먹기가 쉽지않습니다.
맛없음을 말하는이 ㅋㅋㅋㅋ 표현이 너무 재밌습니다 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