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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자르고 몇 가지 볼일을 보고 집에 들어와 누워 있는데 문득 깨달음이 왔다. 요즘 나는 적게 헤아리자면 두 가지, 크게 헤아리자면 네 가지의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물론 그 모든 문제 위의 문제까지 헤아려야 한다면 다섯이겠다). 그런데 그 가운데 어떤 것도 내가 해결할 수가 없다. 아주 복잡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여러 요소가 이리저리 얽혀 있고, 내가 풀 수 있으리라 보이지 않는다.
누워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비로소 깨달음이 온 것이다. 이것은 혹시 삶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는 아닐까.
뭐 웃기는 소리 또는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애쓰고 싶지 않다. 몇몇 문제는 정말 나의 기준에서 너무 말도 안되는 일들이 원인으로 작용해 벌어졌는데 내 선에선 더 이상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쓸 수 있는 수를 다 썼고, 더 이상 아무런 노력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더 이상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답이 그것이라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게 잦고 깊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때는 낙관을 품을 수 있었다. 살 만큼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므로, 그런 시기를 거치면 나아질 거라고 어렴풋이 믿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다르다. 나는 살 만큼 살았다. 이제 삶은 내리막길이고 더 나아질 여지는 없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나빠질 여지라면 모를까. 어찌 보면 너무나도 명백한데 굳이 그걸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나가서 생각 좀 해봐야 되겠다. 한 가지는 너무나도 확실하다. 이젠 모든 게 너무나도 지긋지긋하다.
늘 좋은 글로 생각할 거리를 주시는 분인데 마음이 힘드셨나 봅니다.
애독자들을 생각하시고 부디 기운 내시기를 바랍니다.
글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읽은 사람도 무거운 마음으로 자꾸 다시 확인하게 되는 글이네요.
이유가 있으니 이런 글을 쓰시는 거겠지만,
이제 삶은 내리막길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드네요.
그동안 글로 보여주신 지식과 통찰력을 감안했을 때는, 더더욱요.
힘들면 손 털고 일어나, 아예 방향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지요.
안녕하세요. 저 역시 댓글 다신 분들과 같은 마음이 드네요. 어떤 문제가 힘드신지는 제가 모르지만
아마도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한두가지는 공유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원인은 공통 되는 부분이 있겠지요. 저도 고민이 많지만 그래도 또 새로운 의미를 찾아서
힘을 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 저랑 맥주나 한잔 하시죠.